‘한국=성형공화국’이라는 등식이 거짓이 아님이 입증된 것이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류인균(柳仁均) 교수팀은 전국의 여대생 1565명, 남자 대학생 469명 등 2034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심층 조사한 결과 여대생의 52.5%(821명)가 미용성형을 했고 82.1%(1285명)가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이 조사는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은 것으로 2003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여대생의 52.1%는 나중에 결혼 후 자녀에게도 성형수술을 시키겠다고 응답했다.
또 68.1%는 조사 당시 미용성형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류 교수는 “정신과에서는 성형수술에 몰입하는 것을 내적 갈등을 신체에 대한 염려로 표현하는 과정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모가 멀쩡한데도 이상하다고 여기거나 사소한 결함에 집착해 생활에 지장을 받고 성형에 집착하는 것을 ‘신체이형(異形)장애’라고 정의하는데 한국사회 전체가 그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신체이형장애 사회의 현주소=성형 수술 광풍은 특정 지역의 일이 아니다.
서울 강북 여대생의 55.1%, 강남 53.8%, 지방 광역시 50.9%, 기타 지방 도시는 52.5%가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또 여대생의 25.3%는 눈 미용수술을 받아 ‘쌍꺼풀수술은 입학선물’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님이 입증됐고, 다음이 점 빼기 22.0%, 코 3.6%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성형의 ‘중독 성향’이 뚜렷이 입증됐다.
성형을 안 한 사람은 67.1%가 성형수술을 희망한 반면 한번이라도 성형을 한 사람은 95.7%가 더 받겠다고 응답한 것.
또 온몸 성형을 무료로 해준다면 받겠느냐는 질문에는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여대생은 23.5%, 성형수술 경험자는 35.7%가 ‘예’라고 응답했다.
한편 남성도 5.8%가 미용성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3.8%는 점 빼기, 1.1%는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성형중독사회의 그늘=성형수술을 받은 이유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43%), ‘주위의 권유’(25.3%) 순이었고 ‘우연히’와 ‘좋은 외모가 실생활에 유리하다는 기대감’이 각각 11.3%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자신감은 수술 직후 잠깐 좋아졌다가 나중에는 다소 약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성형수술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현재 자긍심을 수치화했더니 수술 애호자는 33.9점으로 그렇지 않은 여대생의 34.7점보다 낮았다.
조사팀은 여대생을 △수술을 받지 않은 여대생 △쌍꺼풀수술만 받은 여대생 △쌍꺼풀 이외의 수술을 받은 여대생으로 나눠 체크리스트 등을 통해 심리상태를 파악해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쌍꺼풀 이외의 수술을 받은 사람은 다른 두 집단의 여대생보다 대인관계가 예민하고 우울, 불안, 적개심, 공포불안, 편집증 등을 겪을 가능성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쌍꺼풀 이외의 수술을 받은 사람 중에는 자신이나 남에 대한 평가, 기분 등이 들쭉날쭉한 ‘경계선 인격장애인’이나 ‘의존성 인격장애인’도 많았다.
또 이들은 다른 두 집단에 비해 남을 탓하고 충동적인 행동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 교수는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외모가 중시되고 있어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모로 인한 불이익을 없애는 사회 시스템의 강화 △무분별한 성형과 다이어트의 해악에 대한 홍보 △대중매체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아름다움에 대한 교육 및 대안 제시 등을 제안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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