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1m 무게11t ‘목마’재현
지난 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에섹스하우스 호텔에서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트로이’에서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을 휘날리며 전장을 누볐지만 이날은 짧은 머리에 캐주얼 차림이었다.
-아킬레스에 빠져든 이유는 뭔가.
“극중 아킬레스는 삶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가족의 사랑도 모르는 전사다. 그가 마음에 든 이유는 여러 번 실수를 하면서도 자기 안의 휴머니티를 발견한다는 점이다. 복잡한 캐릭터였지만 매력적이었다.”
-아킬레스는 테티스의 예언처럼 ‘행복하지만 평범한 삶’과 ‘영원히 이름을 남기는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실제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나.
“두 가지 다 맞는 결정은 아닌 것 같다….”
그는 극중에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원로 배우 피터 오툴(72)과 멋진 연기 앙상블을 펼쳐 인터뷰 장에서도 화제가 됐다.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 역의 오툴이 맏아들 헥토로(에릭 바나)의 시신을 되찾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적장 아킬레스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볼프강 피터슨 감독은 오툴과의 촬영을 마친 뒤 당신이 울었다고 말했다. 일종의 쇼크 상태였다고 하던데.
“아킬레스는 가까운 친구를, 프리아모스는 아들을 잃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실감을 이해하고 연민을 느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하고 만족스러운 장면이었다. 영화사상 가장 훌륭한 배우의 한 사람인 오툴과의 연기여서 더 의미가 컸다.”
피트는 ‘피플’ 지에서 선정한 ‘생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성’으로 두 차례나 뽑힌 유일한 남성. 기네스 팰트로 등 스타들과의 염문을 뿌리다 2000년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주인공 제니퍼 애니스톤과 결혼했다.
●당시 상황 맞춰 누드 노출 흔쾌히
-섹시하거나 뛰어난 용모가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맡는 데 제약이 되는 건 아닌가.
“내가 가진 ‘패’를 갖고 카드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누드 장면이 여러 번 나와 당혹스럽지 않았나.
“그렇지 않았다. 시나리오에 있었고, 그래서 그대로 했다. 당시 그리스 사람들은 자주 벗고 다녔다고 하더라. (웃음)”
뉴욕=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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