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는 그곳에서 책을 읽고 잠을 자고 손님을 맞고 후학을 길렀다. 특히 공부방으로 쓴 공간은 2평 남짓하다. 그 안에 책 한 권 펼치면 꽉 찰 정도로 작은 책상이 하나 있었다.
도산서당은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은 꼭 필요한 만큼에 그쳐야 하며 결코 넘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웅변하는 듯하다. 과연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적절한 공간은 어느 정도일까.
인간이 집을 짓기 시작한 건 기원전 5000년 무렵이다. 강원 양양군 오산리, 서울 강동구 암사동 등에 있는 당시 움집터는 지름 3.5∼6m인 원형이거나 정사각형이다. 넓이는 4.5∼9평 정도. 가족을 최소 2명으로 보면 최초의 집이 얼마나 좁았는지 알 수 있다.
700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국민주택’은 전용 면적이 25.7평이다. 5인 가족 기준이니 1인당 약 5평 정도의 공간이다. 전문가들은 성인 1명이 팔다리를 쭉 뻗고 큰 대(大)자 모양으로 누울 때 차지하는 공간이 약 1평이라고 설명한다. 5평은 먹고 자고 놀고 씻고 물건을 보관하는 등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규모다.
1961년 영국의 파커 모리스 위원회는 4인 가족이 거주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72m²(약 21.6평)로 규정했다. 이른바 ‘파커 모리스 표준’이다. 역시 1인당 5평 정도다. 동서양 주택의 규모는 비슷하지만 공간 활용은 서로 달랐다. 외국에선 침실 식당 응접실 등 각 방이 고유한 쓰임새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방은 먹고 자고 손님을 맞고 가족이 이야기를 나누는 데 두루 쓰였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온 가족이 아랫목 이불에 발을 넣고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아파트에선 찾아볼 수 없다”며 “아파트의 보급은 가족 관계도 차츰 서양식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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