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공간의 사회학/동물 한마리당 150평은 되야…

  • 입력 2004년 5월 6일 16시 36분


종의 번식을 위해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것은 동물의 본능 가운데 하나다. 사진제공 에버랜드

종의 번식을 위해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것은 동물의 본능 가운데 하나다. 사진제공 에버랜드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1만평의 사파리월드에 풀어놓는 동물은 모두 14종 80마리다. 여기서는 동물을 풀어놓을 때 마리당 150평 꼴이 되도록 맞춘다.

사파리월드 담당 김희석 과장은 “마리당 공간이 150평보다 좁아지면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고 약자의 생존이 어려운 반면 이보다 넓어지면 동물이 자주 눈에 띄지 않아 고객들이 불만스러워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 동물은 어릴 때부터 사람의 손에 키워져 온 탓에 야생동물과는 행태가 조금 다르지만 각자의 영토권은 뚜렷하다는 것이 사육사들의 이야기다. 특히 먹이 다툼을 벌일 때나 번식기에 동물은 민감해진다. 김 과장은 “힘 센 지배적 동물은 개인 영토가 넓은 반면, 복종적인 동물은 우두머리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더욱 영토권에 민감한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이곳은 동물의 힘의 균형을 동등하게 맞춰놓는 것이 중요하다. 사자 무리가 힘이 세서 공간을 너무 넓게 차지하면 사자 수를 호랑이 등 다른 동물보다 조금 줄이는 식이다.

동물 중에는 떼 지어 몰려다니는 종이 있는가 하면 서로 접촉을 기피하는 종도 있다. 바다코끼리 하마 돼지 잉꼬 고슴도치 등은 접촉성, 말 개 고양이 쥐 매 등은 비접촉성 동물에 속한다.

사람들은 흔히 ‘새처럼 자유롭게’를 꿈꾼다. 그러나 스위스의 동물심리학자 하이니 헤디거에 따르면 동물은 종의 번식과 집단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영토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는 종간의 공간유지법칙을 ‘도주거리’로 설명했다. 힘이 센 적이 일정 거리에 접근할 때까지는 가만있다가 그 이상 다가오면 달아나는 ‘도주거리’는 동물마다 다르다. 영양은 침입자가 450m 밖에 있어도 달아나지만 도마뱀의 도주거리는 1.8m다.

미국 동물행동학자 존 캘론은 많은 야생쥐를 한곳에 몰아넣었을 때 집짓기나 짝짓기 등 사회조직이 붕괴될 뿐 아니라 생리적으로도 심각한 영향을 받는 ‘싱크’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관찰했다. 동물조차 무질서를 견디지 못하며, 때로는 사람처럼 혼자 있을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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