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창의성과 예술적 영감을 불어 넣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
한 남자의 ‘반포대교 vs 잠수교’론을 듣고 난 이후 나는 이따금씩 그의 즐거운 고민에 동참하곤 한다. 그러고 보니 반포대교와 잠수교를 승용차로 달리는 느낌은 뭔가 많이 달랐다.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 교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의 즐거움(Creativity)’이란 저서에서 창의적인 사람들은 여러 가지 복합적 성향을 지닌다고 소개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명석하기도 하지만 천진난만한 구석이 있다. 상상과 현실 의식을 오간다. 외향성과 내향성을 동시에 지닌다. 매우 겸손하면서 동시에 자존심이 강하다.’
개인적으로는 사람 관계로 얽힌 인터넷 커뮤니티 싸이월드(www.cyworld.com)를 통해 종종 소박한 창의성의 즐거움을 얻는다.
디지털 카메라와 친구가 된 사람들은 사진에 글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 일기(Journal Extime)’와 닮았다. 사람과 사물 같은 외적인 세계 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에는 비정형의 생각들이 하나의 프레임 속에 포착된다. 외면 일기는 때로는 각자의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내면 일기보다 현실을 잘 반영한다.
지난해 말 한 네티즌이 싸이월드의 중독 증세를 가리켜 사용한 ‘싸이질’이라는 단어가 요즘 널리 쓰인다. 645만명의 회원 중 75%가 10, 20대인 이 공간에서는 ‘질’이라는 접미사의 부정적 뉘앙스마저 애교스러운 표현으로 통한다. 엉뚱하게도 나는 당초 ‘싸이버(cyber)’에서 비롯됐다는 싸이월드의 ‘싸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난 완전히 새 됐어’라고 부른 가수 ‘싸이’를 떠올릴 때가 많다.
창의성은 발명이며, 고안이다.
싸이월드 속 창의적인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를 쉴 새 없이 넘나든다.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주던 디즈니 동화책에 대한 기억, 하트 모양으로 요리한 호박 부추전 사진, ‘애인 없는 여자들의 공통점’에 대한 글….
단, 창의적인 외면 일기를 쓸 때 주의점! 나무보다 숲을 보려고 노력할 것. 100여년 전 옛 건물들의 정확한 위치를 고증 중인 어느 노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사진을 찍을 때, 사람만 클로즈업하지 말고 주변 환경도 꼭 프레임 속에 넣으세요. 미래인들에게 귀중한 역사입니다.”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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