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래된 소나무, 느티나무, 오동나무에 옻칠을 하고 인물이나 정물을 조각한 뒤 석채(石彩)로 채색하고 사포와 콩기름으로 마무리한다. 나무의 재질을 그대로 살린 작품들은 그림이 아니라 나무 결이 자연스레 만들어낸 흔적처럼 보인다. 마치 시간과 추억이 배어있는 것처럼 따뜻하고 정겹다. 저 나무들은 누군가의 가옥을 이루었던 골재의 한 부분일 수도 있고, 오래 동안 썼던 고가구의 일부일수도 있다.
주로 어머니나 누나, 어린 남동생 얼굴 같은 인물을 새겨 온 그가 이번에는 이불이나 장롱 등 정물을 주로 새긴 신작들을 선보인다. 집안에 있는 물건들 중 장롱이나 이불이야말로 추억과 정이 담긴 가장 애틋한 물건이라는 생각에 소재로 선택했다고 한다. 12일∼18일 서울 학고재아트센터 1층. 02-730-7818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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