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부터 스포츠서울에 연재되고 있는 개그만화 ‘트라우마’가 단행본 1, 2권(애니북스)으로 나왔다. 곽백수 작가(32)는 “‘밝은 웃음’이라고 해서 의도적으로 따뜻한 감성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도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는 인터넷만화에서 출발했다. 곽 작가는 2002년 11월 홈페이지를 개설해 인터넷 연재를 시작한 지 한 달만에 스포츠신문의 제의를 받았다. 1998년 만화 격주간지 ‘영점프’에 단편 한 편 발표한 것 외에는 오프라인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던 그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일일 연재가 자신 없어 일단 거절했어요. 그랬더니 주변에서 바보 취급하더군요. 나도 ‘왜 그랬을까’ 싶었고. 다행히 다시 연락이 왔어요.”
‘트라우마’는 하루 평균 인터넷 조회수가 40만회를 기록할 정도다. 이 만화의 장점은 기발한 반전으로 인터넷 세대의 감각에 어울리는 개그가 이어진다는 것. 그렇지만 그는 “특정 세대의 코드에 맞추기보다 많은 대중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나이든 독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도 많은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용보다 ‘연출’에 신경 쓴다. 웃기는 이야기를 가진 여느 개그만화와 달리, ‘트라우마’는 등장인물의 표정 등 비주얼 요소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래서 ‘트라우마’의 유머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직접 봐야 이해할 수 있다.
이 만화의 고정캐릭터 중 ‘얍실하면서도 대범한’ 샐러리맨 김현필은 ‘비주얼 유머’의 상징이다. 슈퍼맨으로 변신하기도 하는 김현필은 배꼽 잡는 상황에서도 무표정하거나, 상사에게도 천연덕스럽게 대든다.
‘트라우마’의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탁이네 집’은 작가가 ‘반전의 패턴’에 갇혔음을 느꼈을 때 시도한 것. 가난이라는 소재를 반전이 아니라 ‘희비극’으로 묘사해 호응을 얻었다.
“집 근처 세종대의 빈 강의실에서 혼자 머리를 쥐어짜곤 해요. 탁 트인 데는 시선이 분산돼 집중이 잘 안 되거든요. 개그만화를 오랫동안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50세까지 할 수 있을까요? 아이디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해요.”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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