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5개월간 공연되는 디즈니 뮤지컬 ‘미녀와 야수’ 오디션에서 야수로 뽑힌 현광원씨(36)는 호쾌한 웃음소리와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했다. ‘벨’ 역의 조정은씨(25)는 애니메이션에서 막 튀어나온 듯 청순하고 호기심 많은 모습이었다. 두 사람을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뮤지컬에 대한 꿈
이탈리아에서 10년간 ‘라 트라비아타’ 등 많은 오페라에 출연해온 현씨는 지난 6개월간 비행기로 로마와 서울을 오가며 오디션을 보았다. 로마에 사는 그가 응시원서를 냈을 때 한국측 제작사인 설앤컴퍼니에서 부담을 느꼈을 정도다. 그는 오디션에 합격한 뒤 부인과 딸 둘을 남겨두고 혼자 서울에 왔다.
조씨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4학년으로 강타, 에릭, 이지훈 등과 학교 동기다. 탤런트 장신영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기도 하지만 애당초 TV탤런트 쪽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계원예고에 다닐 때 학교에 출강한 뮤지컬 배우 남경읍씨에게서 노래를 배우며 뮤지컬배우의 꿈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태풍’ ‘로미오와 줄리엣’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이어 네 번째 출연작으로 국내 첫 디즈니 뮤지컬의 주역을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5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신데렐라의 탄생이었다.
○소탈한 야수와 깜찍한 미녀
인터뷰를 하면서 바리톤 음색의 중후한 ‘야수’와 새침떼기 ‘미녀’일 거라는 예상은 금방 깨졌다. 현씨는 제작발표회 당시 의상을 협찬해준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미녀는 씬데렐라예요!”라는 말투를 성대모사하는 등의 재담으로 주위사람들을 배꼽 잡게 만들었다.
그는 “노래방에 가서 트로트 곡을 부르면서도 성악 발성으로 노래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본다”며 “장르나 드라마에 맞춰 음색도 변해야 하며, 저도 이 뮤지컬에서 성악 발성만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벨’ 역의 조씨는 궁금한 것은 절대 못 참는 깜찍한 신세대. 그는 디즈니 스태프가 참여한 오디션 도중 “미녀와 야수가 함께 책을 읽는 장면에서 애니메이션의 경우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는데, 뮤지컬에서는 왜 ‘아서왕’이 나오느냐”고 물었다. 1차 오디션 도중에는 음역 스케일을 평가받다 고음 부분에서 실수하자 자신도 모르게 “소리(sorry)”라고 외치며 다시 불렀다.
디즈니측은 이러한 조씨의 호기심 많고 적극적인 성격이 ‘벨’ 역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해 그를 최종 낙점했다. 그는 “국내 오디션에서는 실수하면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상례”라며 “그러나 이번 오디션에선 응시자의 질문에도 꼬박꼬박 대답해주는 등 편안한 분위기여서 내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5개월간의 대장정
두 사람은 5개월 동안 ‘더블 캐스팅’ 없이 모든 공연을 소화할 예정. 야수는 길이가 6.4m 정도인 꼬리를 포함해 9kg이 넘는 의상과 분장을 한 채 성의 계단을 뛰어오르는 액션까지 연기해야 한다. 벨도 왈츠를 추는 장면에서 15kg이 넘는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현재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체력훈련.
작품의 공식 리허설은 6월에 시작한다. “왜 좀더 일찍 연습을 시작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브로드웨이에서 온 스태프는 “정확하게 계획에 따라 움직이면 두 달이면 충분하다.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모두 그렇게 했다”며 오히려 출연진을 안심시켰다.
‘성대보호’ 비법에 대해 묻자 조씨는 “역시 일찍 잠자는 게 특효”라며 ‘미녀’다운 대답을 했고, 현씨는 “날계란을 자주 먹지만 성대 보호가 아니라 콜레스테롤이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해서 먹는다”며 ‘야수’답게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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