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아주 재미있는 과학책을 쓴 미국의 작가 빌 브라이슨은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여행기를 잘 쓰는 작가로 유명했다. 그가 쓴 미국, 영국, 호주, 아프리카 여행기나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킹을 다룬 책들은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였다.
직장인들이 이들처럼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책을 쓰는 자세라면 배워야 할 점이 적지 않다.
다치바나는 보통 한 분야에 대해서 글을 쓸 때 관련 서적이나 자료를 500건가량 읽는다고 한다. 그의 저서와 거기에 투입된 지식의 양은 거의 1 대 100의 비율이다. 책 한 권을 쓰려면 자료 수집과 그 내용의 숙지에 얼마나 공을 들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 그는 식욕이나 성욕보다도 ‘지적 호기심’을 더 큰 욕망으로 꼽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책을 쓰려면 그만큼 왕성한 호기심을 갖춰야 책 쓸 준비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브라이슨이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그가 3년간의 공백을 깨고 발표한 작품이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래 가장 뛰어난 과학책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국내 독자들은 ‘도표 하나, 그림 하나 없지만 정말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중학생 아들의 과학 교과서를 보고 ‘왜 과학책은 이렇게 지루해야 하나’라는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과학책이 ‘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런 거야’라는 식의 학자들의 관점에서만 쓰였던 반면 그의 책은 전적으로 ‘독자’의 관점에서 쓴 것이다. 따라서 과학을 잘 모르는 독자들도 아주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그냥 넘어가는 분야라 할지라도 보는 시각을 어떻게 달리 하냐에 따라 아주 다른 책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작가의 책 쓰기를 토대로 직장인이 책을 쓰는 방법을 정리해 보자.
먼저 소재나 아이디어는 항상 자신의 주변에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가 될 수도 있고 꾸준히 메모하는 습관 속에, 사람과의 대화 속에도 있을 수 있다.
소재가 정해졌다면 그에 관한 자료를 수집한다. 먼저 자신의 주제와 비슷한 책을 살펴본다. 새로운 책을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포기한다.
글쓰기는 지금까지의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그친다. 글 솜씨에 지나치게 골몰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없다면 책 쓰기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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