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명품? NO! “우린 동대문 패션”

  • 입력 2004년 5월 13일 16시 39분


《멋을 내는 일은 학습이다. 선천적 감각과 소질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어도 된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은 언젠가 뜻한 바를 성취한다. 패션모델은 다양한 스타일의 많은 옷을 입어 본다는 점에서 축복 받은 직업이다. 그들은 매번 새로운 패션 콘셉트를 주문 받고 그에 걸맞은 스타일을 연구, 계발한다.

국내 정상급 패션모델 노선미(30), 박순희(26), 김태연(24), 김윤선씨(24) 등 4명을 초대해 그들의 멋내기 노하우를 들었다. 178cm, 50kg 정도의 체형을 지닌 그들은 평소 즐겨 입는 차림으로 동아일보 사옥에 도착했다.》

○ 쇼핑의 여왕들

패션모델 경력 10년째로 4명 중 가장 고참인 노씨는 흰색 면 티셔츠, 청바지, 검은색 카디건의 간결한 코디네이션에 길다란 청록색 스카프와 굽 낮은 금색 구두로 포인트를 줬다.

폭이 넓은 청록색 스카프는 그가 발리 해변에서 1만원을 주고 구입한 랩 스커트를 응용한 것. 수십만원짜리로 보이는 금색 구두는 동대문시장 좌판에서 1만7000원에 산 것이다.

패션모델의 쇼핑 장소는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해외 촬영지와 동대문시장이다.

“일의 성격상 해외 출장이 잦잖아요. 그 나라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쇼핑 리스트를 꼼꼼하게 만듭니다. 미국에 간다면 마크 제이콥스나 갭, 이탈리아에 간다면 구치, 동남아시아에 간다면 수공예 액세서리, 이런 식으로요.”

언니와 형부가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한다는 박씨는 제일평화시장 단골이다.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로드숍에서 볼 수 있는 옷은 동대문에 거의 다 있다는 게 그의 주장. 윤선씨는 동대문 시장 apm에서 신발, 제일평화시장 2, 3층에서 구제 티셔츠를 주로 산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액세서리 쇼핑도 실속 있다. 태연씨는 동대문에서 구입한 재료로 직접 귀걸이를 만들어 착용했고, 노씨는 이태원에서 큼지막한 5000원짜리 귀걸이를 건져 냈다.

노씨는 유색 보석 반지와 실반지 여러 개를 손가락마다 겹쳐 착용해보라고 권한다. 청바지에 샤넬 풍 진주 액세서리처럼 믹스 앤드 매치가 때로는 멋스럽다.

옷, 신발, 액세서리가 유독 많은 이들은 보관과 정리에도 노하우가 있다. 신발을 각각 넣어 두는 박스 앞면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신발 사진을 붙여 두면 찾기 쉽다.

○ 기본 바탕을 탄탄히

이미 훌륭한 ‘옷발’을 지녔지만 이들은 의외로 옷 브랜드보다는 기본을 닦는 데 시간과 돈을 들인다.

1주일에 한번씩 소속 모델 회사에서 몸무게 검사를 받기 때문에 체중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근력운동을 열심히 하거나(노씨), 단기간 체중을 조절해야 할 때에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잠을 많이 잔다(박씨)는 것. 윤선씨는 재즈 댄스의 스트레칭 동작을 통해 5kg 이상 감량했다며 재즈 댄스 예찬론을 폈다.

한 달에 5∼10회 각종 패션쇼에 설 정도로 스케줄이 빡빡하지만 이들은 1주일에 한 번은 피부 관리, 머릿결과 두피 관리를 전문 숍에서 받는다. 애용하는 기초 화장품 브랜드는 키엘, 시세이도, 랑콤, 아모레 퍼시픽 등. 손톱과 발톱도 늘 깨끗하게 정돈한다.

한자리에 모인 네 명의 패션모델 중 세 명이 성형 수술을 받았다. 요즘 패션모델 사이에서는 유방 확대 수술에 이어 엉덩이 확대 수술이 인기라고 한다.

노출의 계절 여름을 앞두고 여성들의 관심사인 브래지어 착용에 대해 물었다. 박씨와 태연씨는 어깨 끈 탈부착이 가능한 브래지어, 윤선씨는 컵 사이의 연결 부위가 얇은 브래지어를 추천했다. 노씨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을 때에는 아예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옷의 실루엣을 살린다고 했다.

언제나 무대 위에서 당당한 워킹을 선보이는 그들. 등과 어깨를 벽에 똑바로 붙여 보거나(박씨), 몸이 음악을 느끼도록 정신을 집중한다(노씨). 태연씨는 7cm 굽 높이의 구두를 신고 보폭만큼 팔을 앞뒤로 흔들며 일자로 걸으면 자연스레 자세가 교정된다고 말했다.

○ 상황별 연출법

①주황색 니트 톱과 데님 미니스커트, 화려한 통(엄지발가락을 끼워 신는 샌들)으로 섹시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모델 김윤선) ②청록색 랩 스커트를 목에 둘러 청바지와 면 티셔츠 차림에 변화를 줬다. 일자로 자른 앞머리와 큼지막한 가방이 카리스마를 풍긴다. (모델 노선미) ③가슴이 깊게 파인 분홍색 레이스 톱이 같은 톤의 메이크업과 조화돼 한껏 여성스럽다. 빨간색 물로 발끝에 포인트를 줬다. (모델 김태연) ④민소매 연분홍색 티셔츠와 통이 넓은 청바지 차림을 희색 가방과 벨트, 스니커즈로 깨끗하게 마무리했다.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이다. (모델 박순희)

요즘 대부분의 패션 모임에는 드레스 코드가 정해 있다. 패션모델들에게 ‘핑크(pink)’라는 드레스 코드를 제시해 봤다.

박씨는 스카프나 액세서리를 핑크색으로 골라 포인트를 주는 방법을 택했다.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태연씨는 핑크색 아이섀도와 립스틱, 핑크색 원피스와 구두, 핑크색 헤어핀으로 ‘올 핑크 룩’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섹시 콘셉트에 맞는 연출법을 주문했더니 다음과 같이 답했다.

▽박순희=어깨가 드러나는 톱에 가죽소재의 미니스커트를 입는다. 노출된 어깨와 팔에 반짝이는 펄 메이크업 제품을 바른다. 한 듯 안 한 듯한 내추럴 메이크업을 한다.

▽김태연=목선이 드러나는 톱과 하늘거리는 흰색 시폰 바지를 입는다. 하이힐과 아주 화려한 보석 목걸이를 고른다.

▽김윤선=가느다란 어깨 끈이 있는 톱, 발목의 복사뼈 부분에 스트랩을 묶는 샌들을 택한다. 눈은 스모키하게, 입술은 누드 톤으로 바른다. 생글생글 웃는 표정보다 생각에 잠긴 듯한 무표정이 섹시할 수도 있다.

▽노선미=골반뼈가 드러나는 청바지를 입겠다. 짙은 색 수트 안에 가슴이 깊게 파인 톱을 입는 것도 섹시하다. 기억하라. 자신 없는 부분은 감추고 자신 있는 부분은 과감히 드러낼 것! 빨간색 입술이 무조건 섹시할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버려야 한다.

글=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사진=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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