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결혼 전 활발하고 명랑한 아내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그러나 결혼하고 난 뒤에는 아내가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아 피곤하고 철없어 보였다. 퇴근한 뒤 피곤해서 쉬려고 하면 “무슨 일 있었어?” “기분 나쁜 일 있어”라며 캐물어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또 실제 무슨 일로 화가 났을 때 그것을 잊으려고 하지만 아내가 자꾸 캐물으며 쉴 틈을 주지 않아 아내에게 화를 내고 마는 것이다.
아내는 전에는 자신을 잘 받아주던 남편이 최근 짜증을 많이 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자신도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오면 함께 이야기하면서 피로를 풀고 싶었다. 주말이면 단란하게 연극이나 영화도 보고 여행도 하고 싶었다. 남편의 일에 대해 허물없이 조언도 하고 싶었는데 남편이 고지식해 그마저 하지 못했다. 답답했다.
주말에 오랜만에 부부끼리 나들이를 다녀올 때였다. 아내는 운전석 옆에서 남편과 함께 나란히 앉아 가고 싶었다. 그런데 남편은 옆 좌석의 짐을 치우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그냥 뒷자리에 타라고 말했다. 티격태격 말다툼 끝에 아내가 옆자리를 차지했지만 남편은 아내가 갈수록 제멋대로라는 생각이 들어 몹시 불쾌했다.
아내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남편에게 계속 물었다. 남편은 싸움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결국 홧김에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고 말았다.
연애할 때는 보통 자신과 다른 점에 신선함을 느끼고 이끌린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편안함을 느낀다. 이 부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경우가 득이 될 수 있다. 개방적이고 활발한 부인과 계획적이고 구체적인 남편의 성격이 서로의 모자란 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이 문제다. 이 부부는 이런 훈련을 거친 뒤 좋은 관계를 회복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