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올드보이에 충격-환호… 칸 시사회 박찬욱 감독

  • 입력 2004년 5월 16일 18시 14분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현지 시사회에서 논쟁적 반응을 얻은 영화 ‘올드 보이’의 박찬욱 감독. AFP연합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현지 시사회에서 논쟁적 반응을 얻은 영화 ‘올드 보이’의 박찬욱 감독. AFP연합
15일 낮 12시반(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 프레스센터가 들어선 영화제의 메인 건물 ‘팔레 드 페스티벌’에선 한국영화 ‘올드 보이’ 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회견장에는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이 참석했고, 세계 각국에서 온 100여명의 기자가 자리를 메웠다. 다음은 박 감독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영화 속 폭력이 복잡한 내면과 관계를 가진 듯하다. 심리적 측면에서 폭력을 풀이한다면….

“난 볼거리로서의 액션과 폭력에는 관심이 없다. 난 그렇게 무서운 요소를 재미로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난 그들이 왜 싸우는지, 그리고 그 결과 폭력을 당하는 자와 행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중시한다.”

―할리우드에서 이 영화가 리메이크되는 것으로 안다. 박 감독은 리메이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난 리메이크 과정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다. 리메이크는 그쪽 사람들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다만 대단히 뛰어난 감독이 나보다 더 잘 만드는 일만 없었으면 한다. (좌중 웃음)”

―‘올드 보이’는 ‘트로이’나 ‘킬 빌’처럼 ‘복수’를 다루고 있다. 왜 ‘복수’인가. 또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한국에서 어떤 반응을 받았나.

“내가 다루는 복수는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사적인 보복이다. 앙갚음이 금지된 현실에서 이런 금기에 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예술가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타란티노의 ‘킬빌 Vol.1’은 불행히도 ‘올드 보이’와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바람에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좌중 웃음)”

기자회견에 하루 앞서 14일 오후 7시 ‘살드뷔시’ 극장에서 열린 ‘올드 보이’의 첫 시사회에는 1000석의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관객들이 몰려 일부는 계단에 앉거나 서서 영화를 봤다.

‘올드 보이’는 현지에서도 극단적으로 평가가 엇갈렸다. 미국 영화잡지 ‘스크린’이 특별판으로 발행하는 ‘스크린인터내셔널’은 16일자에서 ‘올드 보이’에 4점 만점에 2.4점을 주어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인생은 기적’과 ‘슈렉2’(이상 2.1점)보다 후한 점수를 매긴 반면 프랑스 영화전문지 ‘르 필름 프랑세’는 14명의 평론가 중 5명이 ‘최악’이라는 매우 낮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칸=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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