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니카를 토대로 한 라운지 음악을 추구하는 ‘포츈 쿠키’(Fortune Cookie)의 첫 앨범 ‘행운의 시작’(The Beginning of Fortune)에는 이런 노래들이 담겨 있다. ‘포츈 쿠키’는 유희종(작곡)과 홍보람(보컬·여)으로 이루어진 혼성 듀오. 둘 다 미대를 졸업했다. ‘포츈 쿠키’는 중국식당에서 후식으로 나오는 과자로 ‘오늘의 운세’를 담고 있다.
‘포츈 쿠키’는 2001년 ‘축제 뒤의 아스라한 분위기나 지중해 연안을 드라이브하는 느낌’을 표현해보자는 취지로 뭉쳐졌다. 유희종이 통기타와 컴퓨터를 이용해 작곡하면 홍보람이 작사하는 식으로 곡을 만들었다. 사운드는 대부분 컴퓨터음악으로 꾸며졌고, 가사를 쓰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한 곡의 가사를 쓰는데 두 달이 걸린 적도 있다.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송’(Fake Love Song)은 경쾌한 하우스 리듬을 바탕으로 동굴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울림이 많은 보컬이 인상적이다. 한국 민요와 정가를 개인교습을 통해 익힌 홍보람은 이 노래에서 민요의 느낌도 짙게 풍긴다.
‘포츈 쿠키’의 음악은 세련되고 도회적인 여느 라운지 음악에 비해 관조적인 느낌이 짙다.
수록곡 중 차분한 발라드 ‘고양이 소파’와 거품 목욕을 즐기는 여자의 나른한 환상을 노래한 ‘버블 젤리 피쉬’(Bubble Jelly Fish), 컴퓨터 사운드를 배제하고 소녀 같은 감수성을 나타낸 ‘시에스타’는 귀에 솔깃한 노래들이다. ‘버블 젤리 피쉬’는 2003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의 홍보 영상물에 사용된 바 있다.
프로듀싱은 ‘삐삐밴드’ 출신의 달파란이 맡았다. 달파란은 ‘포츈 쿠키’의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좋아 부족한 사운드만 일부 손댔을 뿐이다. 달파란은 “프로답지 않은 거친 면이 이들의 매력”이라며 “어레인지를 절제하는 유희종이나 기교가 없어 부담스럽지 않은 홍보람의 보컬은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포츈 쿠키’는 “거창한 주장을 하기보다 기존 장르의 음악에 식상한 이들에게 편안하고 여유를 전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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