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상황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70∼80년대 키위 재배가 급속히 늘면서 경쟁이 극심해졌고 일부는 정부에서 빌린 돈도 못 갚을 정도였다. 더욱이 아무 생각 없이 키위 묘목을 각국에 수출한 탓에 해외의 키위 생산이 늘면서 이중고를 겪었다.
뉴질랜드 농민들은 이런 상황을 수출 창구를 단일화하면서 돌파해냈다. 1997년 전체 키위 농가가 모여 90% 이상의 찬성으로 제스프리를 출범시켰다. 이 회사는 100% 농민 소유 회사다. 농민 대표가 이사회를 구성하고 3년마다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경영을 맡긴다.
제스프리 덕분에 키위 농가들은 해외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갖게 됐고 물류비를 크게 줄였다. 또 해외 지사를 두면서 현지의 판매량과 가격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33년간 키위를 키워온 앤드루 펜튼(52)은 “농가 입장에선 오직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라며 “최근 몇 년간 키위 농가는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제스프리 본사에서 열린 키위 전래 100주년 기념식에는 헬렌 클라크 총리가 직접 참석해 연설을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했다. 본사가 있는 타우랑가는 오클랜드에서 차로 4시간 떨어진 곳. 연간 10억달러를 수출하면서 뉴질랜드 최고 기업으로 성장한 제스프리의 위상을 잘 보여준 날이었다.
테 푸케(뉴질랜드)=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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