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엔지니어인 그는 대학을 마친 직후인 88년 이곳으로 건너와 전형적인 뉴질랜드 도시인의 삶을 즐기고 있다. 온 가족이 모여 주말마다 보트와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고 했다.
그 정도라면 한국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의 아내 레기나는 “독일에서조차 주말에 어느 곳을 가든지 사람으로 붐볐다”며 “뉴질랜드 생활의 장점을 한마디로 말하면 사람이 적은 데서 오는 편안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뉴질랜드 이민자들의 삶이 늘 안락한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아시아인들은 백인 이민자에 비해서도 훨씬 힘들다.
이제 이민 생활 1년이 채 안 된 40대의 한국인 A씨는 부인과 자녀들을 어학 공부를 위해 뉴질랜드에 보냈다가 ‘기러기 아빠’ 생활을 접고 합류했다. 그는 무작정 자동차대리점을 찾아가 딜러로 일하겠다고 나서서 직업을 구하긴 했지만 어려움은 끝나지 않았다. 실적에 따라 월급을 받기로 했는데 그가 사는 지역의 한국인은 100가구가 안 된다. 영어도 아직 완벽하지 않다. 당분간 직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플로리안 쿰스는 “엔지니어나 의사 같은 전문 직종이 아니면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게 이민자들의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백인이고 영어교사 자격증이 있는 그녀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력서만 60번 이상 냈지만 면접 한 번 보러 오라는 얘기가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인구가 적은 뉴질랜드 정부는 몇 해 전까지 이민자를 환영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계 이민이 급증하자 이민자를 대하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뉴질랜드에 왔지만 이민법이 강화되면서 영주권을 따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는 게 이곳 교민들의 전언.
올해 뉴질랜드 생활이 10년째인 한국인 B씨는 “이곳 생활이 행복하냐”는 질문에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고 좀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는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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