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민의 야한 여자-당찬여자]조선시대 대장금

  • 입력 2004년 5월 20일 20시 02분


코멘트
TV드라마 대장금(大長今)은 끝난 지 두 달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사극 형식을 빌려 한 여성의 성공을 다룬 이 이야기는 많은 시청자를 대리만족시켰다. 특히 장금은 남성과 대등하지 못했던 시대적 관습을 뛰어넘고 남다른 지혜와 용기로 삶을 개척해 현대 여성들에게도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장금은 강인한 의지와 영리함, 확고한 신념과 기회포착 능력을 가진 여성이다. 그녀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미천한 배경을 원망하기보다는 초인적인 힘과 노력으로 자신 안에 묻혀있던 재능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 한순간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모든 여성이 그러하듯이 그녀 역시 성공한 여자로 살아가기 위한 설득력 있는 힌트를 전해준다. 다시 말해 대장금식 성공법이다.

장금. 그녀에게서 가장 먼저 배워야할 것은 튼튼하고 굳센 체력이다. 그녀는 열심히 일하고 끊임없이 배우며, 희생하며 자기 자신을 만들어간다. 음식 재료를 찾기 위해 산 속을 헤매거나, 물 속에 들어간다. 때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밤을 새우기도 한다. 그녀에게 그만한 체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웰빙이란 말이 유행하는데 건강한 체력은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분명 장금은 아침 점심 저녁식사를 거르지 않고 먹고 충분한 수면을 취했으며 꾸준히 운동을 했을 것이다. 물론 다이어트 따위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또 지성, 즉 교양과 지식을 풍부하게 갖추었다. 학습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올바르게 활용하면 자신을 깊이 있고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관습과 제도 속에 숨겨진 거짓과 모순을 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 보았다 하더라도 그에 맞서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능력이 없다면 그 관습의 굴레는 극복할 수 없다. 장금의 지성은 미천한 출신의 그녀를 절대로 가볍게 여기지 못하게 했던 커다란 힘이 되었다.

그녀는 확실한 자기 브랜드를 가졌다. 요리사로서도, 의사로서도 최고였다. 어느 곳에서도 먹고 살 수 있는 능력, 즉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물론 이것은 많은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지만 갖추고 난 후에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 받는 기반이 된다.

그녀는 사랑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녀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지 않았다. 사랑이 찾아왔고, 상처 받을 각오로 받아들이고, 사랑 때문에 행복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유로웠다. 사랑의 굴레는 자유 의지를 구속하는 억압이 된다.

사르트르의 연인 시몬 드 보부아르의 대등한 사랑의 관계는 아니더라도 장금은 사랑은 꼭 필요하지만 사랑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섹시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무수히 많은 경쟁과 음모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건강한 성적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성적 매력이 없었다면 중종의 주치의가 될 수가 없었다. 연산군의 뒤를 이어 신하들의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은 매우 우유부단한 임금이었다. 신하들의 권력다툼 속에서 끊임없는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3명의 정비와 9명의 후궁이 벌이는 여인천하의 이야기는 역사극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문정왕후나 정난정의 이야기는 권력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주는 여인들의 이야기다.

가장 가까이서 자신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고, 모정에 대한 그리움이나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절대 권력자 중종에게는 어쩌면 여성주치의 장금은 성 에너지를 자극하는 대상이 되었을 것이며, 병을 핑계로 자신을 둘러싼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휴식처였을 것이다. 막연하게나마 남자들이 여의사나 여자간호사에게 묘한 성적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이 세상에서 모두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데 완전한 기회의 균등이란 있을 수 없다. 스스로 가능성을 찾아내고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 시대를 살았던 실존인물, 중종의 주치의 대장금은 과거에 살았지만 현대 여성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삶의 기쁨을 느끼고 싶다면 아름답게 저항하라. 그리고 섹시한 여자가 돼라.

보석디자이너 패션 칼럼니스트button@kebi.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