漆은 水와 ·로 구성되었는데, ·은 독음도 함께 나타내고 있다. ·은 나무에 가지가 난 모습과 물(水·수)로 구성되어 벗겨낸 나무껍질에서 진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후 ·에 다시 물(水)이 더해져 漆이 되었으니 사실은 자형이 중복된 꼴이다.
‘칠’을 할 수 있는 재료로 가장 선호되었던 것은 물론 옻이다. 1978년 후베이(湖北)성의 수도 우한(武漢)의 曾侯乙墓(증후을묘)라는 전국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다양한 漆器(칠기)들은 칠 기술이 빗어낸 아름다움과 화려함에 온 세상을 놀라게 했다.
칠은 옻나무 껍질을 벗겨내고 거기서 나오는 진으로 계속해서 덧칠을 한다. 칠하는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내성을 가짐은 물론 훌륭한 색깔을 낼 수 있다. 채취된 칠은 공기를 만나면 밤색을 띠게 되며, 건조된 이후에는 검은 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漆에는 옻칠이라는 원래 뜻 이외에도 漆黑(칠흑)과 같이 ‘검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柒은 漆의 속자로 가지가 난 옻나무의 모습을 七로 바꾼 형태인데, 혹자는 七을 옻칠의 횟수를 말한 것이라고도 하지만 글자의 발음을 나타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染은 왼쪽의 水가 의미부이고 나머지 ]이 소리부 겸 의미부의 역할을 한다. ]은 다시 九와 木(나무 목)으로 구성되어, 木은 染料(염료)를 상징하고, 九는 염색하는 횟수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은 보다 직접적인 의미부의 기능도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소수민족, 특히 서남쪽 윈난(雲南)성에 살고 있는 바이(白) 족이나 야오(瑤) 족들의 蠟染(납염)은 대단히 특색 있는 염색술로 이름나 있다. 예리한 청동 칼에 초를 묻혀 흰색 베에다 무늬를 그린 후 染色(염색)을 하고 다시 끓는 물에 삶아 초를 제거해 완성품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정교하고 다양한 무늬와 파격적인 도안, 그림들이 상징하는 풍부한 신화적 내용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아름다움 속에 한없이 매몰되도록 만들고 만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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