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꾸러기 활극 vs 으스스 괴담

  • 입력 2004년 5월 23일 17시 31분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야/앤터니 버커리지 글 최정인 그림/249쪽 7500원 사계절(초등 4년 이상)

◇존재하지 않았던 학교/귀뒬 글 크리스토 뒤뤼알 그림/120쪽 6500원 현암사(초등 4년 이상)

두 책 모두 초등학생이 다니는 기숙학교가 무대. 그러나 분위기는 영 딴판이다.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야’에 나오는 린버리 코트 기숙학교는 전형적인 영국의 소규모 남학교. 주인공인 제닝스와 다비셔는 11세 동갑으로 말썽이란 말썽은 다 일으키고 다니는 인물들이다.

작가 앤터니 버커리지는 제닝스가 다닌 학교와 비슷한 기숙학교의 선생님이었다. 그는 수업시간에 떠들고 장난치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야기를 지었는데 바로 제닝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모험담이다.

‘존재하지 않았던 학교’의 우아 소녀 기숙학교는 단정하고 순종적인 학생들로 구성된 프랑스의 여학교. 이 책은 밝고 당찬 소녀 미케트가 보다 강도 높은 교육을 원하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전학가게 된 이 학교에서 겪은 스릴러다.

작가 귀뒬 역시 선생님 경력이 있다.

기숙학교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모아 놓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 것 같으면서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야’의 제닝스는 장난기 많고 멋진 생각을 잘 해내지만 실수가 많고 덤벙거리는 탓에 툭하면 말썽에 휘말린다. 제닝스의 단짝친구 다비셔는 소심한 성격이지만 의외로 말썽의 보조역할을 톡톡히 한다.

윌킨스 선생님과 카터 선생님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가는 데 한 몫을 한다. 툭하면 학생들을 괴롭히는 성가신 규칙을 만들어 내는 게 즐거움인 것 같지만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씨는 한결같다.

제닝스와 다비셔가 엉뚱하게 우표 수집을 하게 된 것도 윌킨스 선생님의 충고 때문이다. 수요일 저녁 자유시간 제닝스는 양쪽 탁자를 평행봉처럼 이용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고 다비셔는 볼펜으로 손등에 바다뱀 문신을 그려 넣고 있었다. 그러나 윌킨스 선생님의 눈에는 귀중한 시간에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잡지광고에 나와 있는 대로 둘은 우편으로 우표회사에 공짜 우표를 신청한다. 그렇게 받은 우표를 아무 생각 없이 나눠 주지만 그 속에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우표도 있었다. 온 학교를 뒤지며 우표의 행방을 찾아다니지만 친구들은 또 다른 친구의 물건이랑 우표를 바꿔치기 해 정작 우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이같이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만나 처음엔 작은 실수를 덮으려고 하다가 사건이 점점 커져 좌충우돌한다. 엉뚱하고 발랄한 소동들은 독자의 시선을 잠시도 놓아주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았던 학교’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엄마가 집을 나간 뒤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미케트는 성적이 엉망이다. 급기야 아빠는 얼브뤼씨네의 안내로 우아 소녀 기숙학교에 전학시킨다.

미케트는 이 학교에서 사사건건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사실 이 기숙학교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구시대의 권위적인 도덕교육을 꿈꾸는 망상가에 의해 설계된 로봇들의 학교라는 것이다.

미케트는 무시무시한 학교에서 탈출하고 학교의 진실이 하나둘씩 밝혀진다.

조마조마한 사건들은 역시 독자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시선을 붙잡아 둔다.

결국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고 미케트가 머물렀던 끔찍한 기숙학교는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소중한 아이들이 있을 뿐이고 그 아이들은 각자 자유롭고 생명력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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