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56>교(橋)와 량(梁)

  • 입력 2004년 5월 23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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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뜻하는 橋는 木(나무 목)과 喬로 이루어졌는데, 喬는 소리부도 겸한다. 喬는 금문에서 止(발지)와 高(높을 고)로 이루어져, 발을 높이 치켜들며 춤추는 모습을 상징화 했다.

중국의 민속놀이에 장대다리 놀이라는 것이 있다. 사다리 같은 가짜 다리를 발에 달고 뒤뚱거리며 돌아다니는 놀이인데, 喬는 바로 그러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喬는 ‘높다’는 뜻을 가지며, 喬木이라 하면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 자라는 나무’를 말한다.

또 轎는 ‘높이(喬) 들고 다니는 수레(車)’를 말하며, 驕는 ‘키가 큰(喬) 말(馬)’을 말한다. 키가 큰 말(驕)은 다른 말보다 잘 달리므로 뛰어남을 자랑삼을 만 하다. 그래서 중국어에서 ‘쟈아오(驕傲)’는 자긍심을 뜻한다.

하지만 지나친 자랑은 驕慢(교만)해 지기 쉬운 법, 그래서 驕慢이라는 뜻이 나왔다.

梁은 금문에서 의미부인 水(물 수)와 소리부인 刃(날 인)으로 구성되었으나 이후 의미를 더 구체화하기 위해 木을 더해 梁이 되었다. 刃은 칼(刀·도)에 점이 더해져 그곳이 ‘칼의 날’임을 표시한 지사자이다. ‘설문해자’에서는 梁을 ‘물에 설치한 다리(水橋)’라고 했으며, 청나라 때의 유명한 ‘설문해자’ 연구가인 段玉裁(단옥재)는 ‘물을 건너가게 만든 나무로, 지금의 橋에 해당 한다’고 했다.

이 말에 근거해 본다면 梁이 옛날 말이고 橋는 이후에 출현한 말이 된다. 옛날 尾生(미생)이라는 자가 다리 밑에서 연인을 만나기로 했는데 강물이 불어나는데도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려 다리 기둥을 붙잡고 기다리다 익사했다는 尾生之信(미생지신)의 고사에 등장하는 다리는 ‘梁’이다. 당시의 梁이 수레가 지나갈 정도의 큰 다리였다면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조그만 나무다리는 강이라 하였다.

한편 자원으로 볼 때, 橋가 배 등이 아래로 지나갈 수 있도록 높다랗게(喬) 아치형으로 설계된 다리를 말한다면 梁은 그냥 직선으로 놓인 다리나 浮橋(부교)를 뜻한다.

역사적으로는 한나라 이전에는 다리를 梁이라 불렀으나 한나라 이후부터는 橋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으며, 지금은 둘을 합쳐 橋梁이라 부른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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