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爾) 로 동아연극상과 서울공연예술제 등을 휩쓸었던 연출가 김태웅씨는 신작에서도 ‘놀이’와 ‘웃음’을 통해 극을 풀어간다. 작품 속에 자신의 경험담이 많이 들어가 있음에도, 그는 감정과잉에 빠져들지 않는다.
서른일곱 살의 노총각 음악선생 범진(김내하)과 ‘세기의 개그맨’을 꿈꾸는 고등학생 세기(박정환)가 작품의 두 주인공. 이들은 외로움에 절망하기는커녕 외로움을 갖고 논다. 전화번호부에서 ‘문방구’란 이름을 찾아내 “거기 방구씨 댁이죠? 뽕!”하면서 노는 범진, ‘세상의 진동’을 느껴보기 위해 지하철 전동차 바닥을 기면서 앵벌이를 하는 세기. 이들의 모습은 코믹해서 더욱 슬프다.
연극에서 되짚어보는 외로움의 정체는 바로 ‘소통 부재’. 범진은 가장 사랑했던 여인에게서조차 “당신에게선 비린내가 나”라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버림받는다. 범진은 “내가 붕어야? 고등어야? 도대체 왜 비린내가 난다는 거야”라며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뿜어나오는 듯한 ‘소울음’을 터뜨린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 김상경과 함께 폭력을 휘두르던 경찰로 출연했던 김내하씨의 가슴 절절한 코믹연기, 극중에서 친구들을 끊임없이 웃겨주는 박정환씨의 귀여운 ‘개인기’는 전혀 즐겁지 않은 인생을 다룬 이 연극의 제목이 왜 ‘즐거운 인생’인지 알게 해준다. 02-580-130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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