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긴 생머리에 허리선이 확 드러나는 골반 바지. 아, 그녀는 자신이 출연한 CF의 화면처럼 춤을 추듯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출연한 공포영화 ‘4인용 식탁’의 여운인지, 아니면 몇 년간의 공백 때문인지 이내 달라진 그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이? 20대는 얼마든지 근사하게 ‘포장’할 수 있고, 뭐든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해. 여배우라는 입장에서 20대는 큰 ‘무기’라고 생각해. 나이를 먹어간다기보다 ‘재산’이 쌓여가는 느낌이야.”
○경진
영화 ‘여친소’(6월3일 개봉) 때문에 그녀가 변한 걸까요?
“‘엽기적인…’에서는 그냥 ‘그녀’였지만 ‘여친소’에서는 이름(경진)과 직업(경찰)이 생겼잖아. 같은 감독님(곽재용)에다 내가 또 출연하니까 얼마나 다르겠느냐는 선입견 때문에 고민이야. 하지만 경진은 ‘그녀’처럼 물불을 안 가리긴 하지만 더 감성적이야. 난 배우들의 눈빛이 스크린이 바뀔 때마다 다른 목표를 갖는다고 생각해. 경진의 눈빛으로 살았던 만큼 팬들도 다르게 받아들일 거라고 믿어.”
그럼에도 ‘여친소’ 출연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던 눈치입니다.
“1년 전 쯤 편안한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다 누군가 ‘이런 소재가 있는 데 너랑 곽 감독이 다시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하면서 일이 시작됐지. 정말 ‘한류’의 열기를 영화산업으로 연결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
○한류
한류, 중화권 여성들의 새로운 아이콘. 그녀에게 갑작스러운 인기와 기대가 힘들지 않았을까요?
“나를 보면서 ‘인간의 본질’을 느껴. 사람이 참 간사하다는 생각도 들고. 뭔가 하고 싶었는데 그걸 이룬 뒤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거야. 계속 배가 고파.”
그녀가 유난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끊임없는 변화를 위한 갈증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촬영 끝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1개월간 어학연수를 다녀왔어. 여행을 하면서 언어의 어려움은 물론 스타라는 껍질이 사라졌을 때 자연인 ‘나’의 초라함을 느꼈지. 이번 프리미어 때는 영어로 무대 인사를 하고 그쪽 사람들과 교감도 하고 싶어.”
○연애
연애,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촬영 기간 6개월이 내 최고의 ‘연애시절’이었어. 극중 ‘여친소’의 상대역인 명우(장혁)가 현실 속의 실제 인물이라고 한다면 그는 곽 감독님 같은 사람일 것 같아. 나를 나보다 더 잘 알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그녀의 말은 좀 심합니다.
“만약 경진이 사랑 받는다면 그건 감독님 배려 속에 날갯짓을 마음껏 했기 때문일 거야. 어느 날 감독님이 ‘나는 너를 표현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 같다’라고 했어. ‘에이, 뭐예요’라며 웃었지만 진심이라는 걸 아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어. 프랑수아 트뢰포 감독-장 피에르 레오처럼, 평생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면서 인생을 알아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곽 감독은 그녀가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피아노 신을 새로 만들었답니다. 그녀는 ‘딴딴 딴딴딴 다다라 라∼’ 하면서 영화에 등장한다는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 ‘짐노페디’를 입으로 연주했습니다. 그러면서 “툭툭 마음을 건드리다 의도하지 않게 내 안의 어딘가에 있는 듯한 슬픔을 깨우쳐 주던, ‘굿바이 레닌’ 같은 영화작업도 함께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영화 밖 그녀의 생활도 엽기적일까요?
“소주 맛, 맥주 맛은 아는 데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어. 난, 엽기도 공주도 아니지. 어제 집에 들어가서 한 일은 뭉치와 하늘이, 강아지들 ‘쉬’한 것 치운 거야.”
‘엽기적인…’의 견우(차태현)도, ‘여친소’의 명우도 아니면서 여자 친구를 소개해서 ‘그들’에게 괜히 미안합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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