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우선 배우가 근사해야 합니다. 그것이 배우 본인의 외양이든 영화 속의 성격이든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 영화 속에서 배우가 매력 있게 나올 때는 그 작품도 우수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간혹 배우가 별로 돋보이지 않고도 의미 있는 작품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그저 ‘숙제’처럼 억지로 봅니다. 그럴 경우 보고 나면 제 입장에선 대부분 별 재미가 없습니다. 하여간 전 연출과 구성만 강조된 영화는 관객으로서나 연기하는 배우로서나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전 참 좋아하는 배우가 많습니다.
국내 배우는 거의 대부분 좋아하기 때문에 열거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고 외국배우도 다양하게 좋아합니다.
리샤오룽, 청룽, 저우룬파, 말론 브랜도,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숀 펜, 빌 머레이, 빌리 크리스털, 로빈 윌리엄스,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장만위, 비비안 리, 메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메릴 스트립, 르네 젤위거….
정말 계속 말하라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입니다.
전 좋아하는 배우를 보면 배우 이전에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아직도 마음이 설렙니다. 영화계에 있기 때문에 좋은 점은 배우를 자주 볼 수 있어서입니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모습이 대부분 그 배우의 실제 모습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영화 속 안성기 선배님의 이미지는 ‘성실’입니다. 그 선배님은 실제로도 성실합니다. 매너 좋은 신사 이미지의 장동건씨는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정우성씨의 외로운 모습은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물론 영화 속에 비친 모습이 그 배우 본인의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 그 모습이 그 배우가 갖고 있는 어느 하나임은 확실합니다.
‘디어 헌터’ ‘아웃 오브 아프리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부터 최신작 ‘어댑테이션’에 이르기까지 지적인 이미지로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배우 메릴 스트립을 직접 만난 건 일주일 전쯤 미국 뉴욕에서였습니다.
‘양들의 침묵’을 연출한 조너선 드미 감독의 최신작 ‘만추리안 캔디데이트’ 뉴욕 파라마운트 시사회장에서 처음 소개받고 악수를 하는데, 너무 반갑고 당황한 나머지 서양식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악수하고 고개를 90도로 숙여버렸습니다.
더욱이 제가 출연한 미국 영화 ‘찰리의 진실’을 잘 봤다며 칭찬해줄 땐 정말 기뻐 울고 싶었습니다. 그날 시사회가 끝난 뒤 함께 했던 저녁시간 내내 전 이 여배우를 열심히 쳐다보며 그녀를 만나기 전 갖고 있던 이미지와 맞춰보았습니다.
차분하고 잔잔한 미소로 겸허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통해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지성과 인격을 확인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영화 속 이미지 또한 결국 실제 그녀의 모습이었던 겁니다. 매력 있는 배우가 되려면 실제로도 매력 있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 ‘메릴 스트립 누님’이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습니다.
누님! 계속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배우하세요.
후배 중훈 올림. moviejh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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