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이 영화는 전편의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죽음들과 결별하고, 스케일과 파괴력을 키워 공포의 부피감을 늘렸다. 개인적 죽음보다는 건축공사장, 자동차, 가스 폭발 등 대규모 사고를 통해 사지를 절단해 버리거나 온몸을 산산조각 내는 쪽에 관심을 둔다. 영화 초반 자동차 사고 장면은 웬만한 액션블록버스터 뺨칠 정도의 규모와 역동성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의 죽음을 개연성 없이 끼워 맞췄다고 불평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이 영화에 대해 이유를 묻지 말라. 다만 어떻게 죽이느냐가 중요할 뿐이니까.
친구들과 주말여행을 떠나던 킴벌리는 자동차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는 환상을 본다. 킴벌리는 자동차들의 도로 진입을 막지만, 사고는 일어나고 자신을 제외한 친구들이 모두 죽는다. 이 사고가 1년 전 비행기 폭발사고의 생존자들이 겪은 죽음과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 킴벌리는 비행기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클레어를 찾아가 도움을 구하는 한편, 자동차 사고의 생존자들과 함께 다가오는 죽음을 벗어나려 발버둥친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하나 둘 죽어간다.
액션 신을 전문적으로 연출해 온 데이빗 R 엘리스 감독의 이 영화는 죽음의 순간을 독특한 ‘엇박자’ 리듬으로 배치한다. 인물들은 ‘이번에 죽을 것’이라고 관객이 예상하는 순간이 아니라, 바로 그 직후 또는 직전에 끔찍하게 죽는다. 이렇게 템포를 반 박자 늦추거나 앞당기는 방식은 관객의 호흡을 빼앗고 공포 앞에 무장해제 시킨다.
전편에선 인물들이 샤워실이나 부엌처럼 사적인 영역에서 뜻밖의 죽음을 맞는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를 사는 것 자체가 공포’임을 내비쳤다. 이번 영화에는 전편보다 잔혹한 장면이 즐비하지만, 공포에 질린 생존자들이 우르르 떼로 몰려다니며 부산을 떠는 모습은 흠이 아닐 수 없다. 공포를 집단화함으로써 관객의 체감공포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잔혹’과 ‘공포’가 같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18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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