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할리우드 특수효과 공세… 한국영화 감성자극 맞불

  • 입력 2004년 6월 2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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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투모로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슈렉2, 나두야 간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투모로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슈렉2, 나두야 간다


《할리우드가 한국의 6월을 점령할 것인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 국내 흥행 1위를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여름 대 공습이 시작됐다. 예년 여름시즌보다 1개월 이상 빠른 상륙이다. 우선 지난달 21일 개봉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트로이’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1억2000만달러(약 1440억원)를 쏟아부은 재난영화 ‘투모로우’와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연타석 홈런을 노리는 ‘슈렉 2’ ‘스파이더맨 2’ 등 할리우드 대작 속편들도 잇따라 개봉한다. 한국영화는 할리우드 대작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개봉된 ‘아라한 장풍 대작전’ ‘효자동 이발사’ ‘하류인생’ 등 한국영화의 후폭풍이 예상보다 강력하지 않은 상황에서 분위기를 새롭게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인어공주’ 등 6월에 개봉되는 한국영화들은 전지현 전도연 등 국내 몇 안 되는 흥행보증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기대작들이다.》

▽할리우드의 융단폭격=단연 ‘투모로우’(4일 개봉)가 주목받고 있다. ‘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 등 초대형 영화를 연출해 온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빙하기가 닥쳐오는 지구위기 상황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투쟁과 사랑을 담았다.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간판이 토네이도에 휩싸여 송두리째 날아가고, 야구공만한 우박이 떨어지며,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눈더미에 파묻히는 엄청난 스케일의 천재지변 장면이 압권이다. 여기에 아들을 구출하기 위한 기상학자 아버지의 부정(父情)을 촘촘히 엮어 휴먼드라마와 볼거리의 양면전략을 구사한다.

‘슈렉 2’(18일 개봉)는 지난달 19일 미국에서 개봉돼 ‘1편을 능가하는 몇 안 되는 2편’이란 평가를 받으며 흥행 고공행진 중인 애니메이션. 1편에 이어 마이크 마이어스(슈렉), 카메론 디아즈(피오나)가 목소리로 출연한다. 피오나를 탐내는 ‘프린스 차밍’과 업계 1위의 킬러 ‘장화신은 고양이’ 등 1편보다 강화된 캐릭터들의 엉뚱한 필살기가 배꼽을 잡게 만든다. 달콤한 허니문에서 돌아온 슈렉과 피오나가 ‘겁나 먼 왕국’의 왕과 왕비인 피오나의 부모를 찾아가면서 겪는 모험담. 한층 정교해진 컴퓨터그래픽과 등장인물의 ‘허를 찌르는’ 표정연기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스파이더맨 2’(30일 개봉)는 인물의 혼란스러운 내면이 전편에 비해 더 부각됐다. 가죽 롱코트 안에서 뻗어 나온 여러 개의 금속 팔을 무기로 삼는, 보기에도 끔찍한 ‘닥터 옥토퍼스’와 스파이더맨이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는 대결을 벌인다.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길을 포기하고 메리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싶어 하지만 메리는 새로운 연인과 약혼한다.

블록버스터급은 아니지만, 독특한 연출력과 연기를 보여주는 수준급 할리우드 영화도 속속 선보인다.

‘레이디 킬러’(4일 개봉)는 ‘파고’ 이후 작가주의 스릴러에 솜씨를 보여 온 코엔 형제의 코미디. 이 영화에서 톰 행크스는 데뷔 초기에 주력했던 코미디 연기로 다시 돌아왔다. 5인조 사기집단이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차린 집 주인 몬순 부인을 제거하려 하지만 일이 마음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몬스터(왼쪽), 아는 여자

2002년 사형당한 여성 연쇄살인범의 실화를 옮긴 ‘몬스터’(18일 개봉)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미녀 배우 샤를리즈 테론의 파격 변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영화. 몸무게를 30파운드나 불리고, 고르지 못한 누런 치아의 흉측한 창녀로 탈바꿈한 그녀는 이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상과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영화의 감성 반격=눈물샘을 자극하는 애틋한 한국영화 두 편의 흥행 여부가 관심거리다.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이 전지현과 다시 손잡고 만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3일 개봉)는 ‘비 오는 날 수채화’ ‘클래식’에 이어 여린 감성을 어루만지는 ‘곽재용표’ 멜로드라마. 전지현이 엽기 발랄한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점에선 ‘엽기적인 그녀’와 비슷하지만, 수중 및 항공촬영과 차량폭파 장면, 총격 액션 등 규모가 부쩍 커졌다. 여자경찰인 경진은 소매치기를 잡는답시고 선량한 고등학교 물리교사 명우(장혁)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면서 둘의 가슴 저린 인연이 시작된다.

판타지 영화 ‘인어공주’(25일 개봉)는 전도연이 1인 2역을 하면서 섬뜩할 정도로 넓어진 연기의 폭을 보여준다. 연순의 딸인 나영은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로 돌아가서 엄마의 첫사랑에 끼어든다. 해녀들의 자맥질을 담은 수중촬영이 인상적.

▽웃음은 계속되어야 한다=6월에도 코미디 영화는 줄지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조폭 코미디에서 연기력을 입증한 정준호(‘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와 손창민(‘맹부삼천지교’)이 또 다른 조폭 코미디 ‘나두야 간다’(11일 개봉)로 만나 일합을 겨룬다. 무능한 삼류소설가가 잘 나가는 조폭 두목의 자서전 대필을 하면서 겪는 인생유전을 담았다.

‘아는 여자’(25일 개봉)는 장진 감독이 ‘킬러들의 수다’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작품. ‘실미도’에서 ‘거친 수컷’으로 나온 정재영의 180도 연기변신이 관심사다. 상대역에는 눈치코치 없는 여자 역에 일가견 있는 이나영이 출연한다. 프로야구 2군 선수인 치성(정재영)은 애인에게 차이고 시한부인생 판정까지 받는다. 이때 알고 지내던 바텐더 이연(이나영)이 다가온다.

신데렐라 스토리를 다룬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18일 개봉)은 고풍스럽고 화려한 왕실 세트가 허영심을 한껏 부추긴다. 연애는 뒷전인 대학 졸업반 페이지가 자기중심적이고 뭐 하나 제 힘으로 할 줄 모르는 교환학생 에디에게 이끌린다. 알고 보니 철부지 에디는 신분을 숨긴 덴마크의 진짜 왕자였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25일 개봉)은 ‘프리키 프라이데이’의 감독(마크 워터스)과 주연 배우(린제이 로한)가 다시 호흡을 맞춘 하이틴 코미디. 동물학자인 부모를 따라 아프리카 정글에서 생존의 법칙을 익히며 성장한 15세 소녀 케이디의 얘기다. 도시 학교에 입학한 케이디는 여학생들의 질투어린 눈총을 받으며 ‘인간 암컷’ 사회에 엄존하는 또 다른 ‘정글의 법칙’에 눈뜬다.

캐나다 영화 ‘대단한 유혹’(25일 개봉)은 우스꽝스럽고 따뜻한 시골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의사가 없어 고민하던 외딴 섬 ‘생 마리아’의 주민들은 우연히 섬을 찾은 성형외과 의사 루이스를 잡기 위해 치밀한 사기극을 도모한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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