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이 고향인 그는 16세에 교무로 출가했다. 그는 1953년 서울의 첫 원불교 교당인 ‘서울교당’을 맡았으며 동산선원 교감, 중앙훈련원 부원장, 삼동원 원장을 지냈다. 이런 경력이라면 삼동원의 조실(祖室) 방에서 특별대우를 받으며 여생을 보낼 수 있다.
“여기선 똑같이 밥 먹고 똑같이 빨래해서 편해요. 남의 신세를 지는 것은 갚아야할 빚이죠.”
그는 이달 중순 죽음과 천도(薦度)에 관한 책 ‘죽음의 길을 어떻게 잘 다녀올까’의 개정판인 ‘생(生)과 사(死)의 큰 도’를 낼 예정이다. 95년에 나온 이 책의 초판은 원불교계에선 드물게 2만권이나 팔렸다. 그는 젊은 시절 심한 수술을 받으며 죽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래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준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이 책을 썼다.
“잘 사는 것은 잘 죽는 겁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본래 영혼의 자리로 돌아가는 거지요. 영혼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건 집착과 증오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생전에 그걸 없애는 훈련을 해야죠. 살아서 ‘자기 천도’를 잘 해야 합니다.”
‘자기 천도’는 전생의 업을 녹이고 이생에서 업을 짓지 않는 것이다. 악업을 짓지 않으려면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는 돈 명예 권력 등에 대한 집착뿐 아니라 선행(善行)이나 정의에 대한 집착도 결국 악을 낳는다고 말했다.
“‘정의롭다’에 집착하면 정의롭지 않은 상대가 생기고 그들에 대한 편견이 싹틉니다. 나중에 증오하고 없애야 할 존재로 여기게 됩니다. 그 땐 정의가 불의로 바뀝니다.”
그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그러나 속인들이 집착을 버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자꾸 마음을 닦아 내야죠. 왜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지 살피세요.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한때 마음이 맑아지잖아요. 하지만 그건 남의 물을 떠다놓은 것이어서 곧 말라 버려요. 결국 우리 안에 마르지 않는 샘물을 파야 합니다.”
그는 일직심(一直心·꾸준히 하는 것)과 무방심(無放心·방심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일상에서 꾸준히 마음을 챙기고 자기도 모르게 증오와 분노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깨달음의 경지와 영혼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그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방을 나서는데 그가 한마디 던졌다.
“진언(眞言)은 불출구(不出口).” ‘참 말은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화두를 받아 들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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