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의대 강호교수 “기초의학 연구가 임상만큼 중요”

  • 입력 2004년 6월 3일 19시 04분


“의대 졸업생이 모두 환자를 치료하는 일에만 매달려서는 안돼요. 기초의학을 튼튼히 갖춰야 과학선진국이 실현됩니다.”

미국 테네시대 의대 강호(姜虎·70) 석좌교수가 ‘2004년 호암상 시상식’에 내빈으로 참석한 뒤 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강조한 말이다.

신문학 운동의 선구자인 육당 최남선 선생의 외손자이기도 한 강 교수는 미국에서 40여년간 류머티즘의 기초연구에 매진해 세계적인 업적을 쌓은 공로로 2001년 호암 의학상을 수상한 학자. 1987년부터 미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으며 현재 80여명의 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의대 2학년 시절 영어실력을 테스트하려고 미군이 다니던 교회에 찾아갔다가 한 목사와 대화를 나눈 일이 유학의 계기가 됐다. 강 교수가 똑똑한 학생이라고 판단한 그 목사가 미국 워포드대 화학과에 장학생으로 추천한 것.

“6·25전쟁이 끝난 직후여서 당시 우리나라 의대에는 변변한 현미경 하나 없었어요. 좋은 기회다 싶었죠.”

미국 학생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밤낮없이 공부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하버드대 의대에 입학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2년 테네시대 의대 내과 과장으로 부임한 이후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계속 발표해 테네시대를 세계적인 ‘류머티즘연구의 메카’로 키워냈다.

그는 “기초연구에서 중요한 발견을 하면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걷고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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