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의 기상캐스터 김혜은(31)이 같은 채널의 수목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밤 9:55)에서 푼수 끼 있는 기상캐스터로 카메오 출연하고 있다. 김혜은은 극중에서 방송사 기자인 주인공 명세빈의 입사 동기로 결혼하고 싶어 안달이 난 노처녀 연기를 밉지 않게 해내고 있다.
“처음엔 기상캐스터로 잠깐만 나오면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대본을 받아 보니 망가지는 역이잖아요. 그리고 제가 나오는 장면도 자꾸 늘어요. 다음 주엔 회사에 복귀한 명세빈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장면이 또 나와요.”
김혜은은 초등학교 시절 부산 KBS 어린이 합창단에서 시작해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기까지 크고 작은 무대에 여러 차례 서 왔다. 오페라와 TV 드라마 연기의 차이에 대해 그는 “오페라는 내 몸을 악기 다루듯 하며 무엇인가를 뽑아내느라 고통스러웠는데 드라마 연기는 본업이 아니어서인지 즐겁기만 하다”고 했다. 또 “명세빈 같은 인기 탤런트와 마주 서서 대사를 주고 받는 일은 꿈만 같다”고 말했다.
김혜은은 “그동안 샛길 인생을 살아왔다”고 했다. 성악과에 들어갈 때만 해도 오페라의 프리마돈나 외의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 3년 여름 방학 때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 연수 가서 쟁쟁한 오페라 가수 지망생들을 보고 기가 꺾였다.
“풀이 죽어 지내면서 TV를 보는데 뉴스 앵커가 눈에 들어왔어요. 복식 호흡을 하고 있더군요. 저도 성악을 하면서 복식 호흡을 익혔으니 한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했지요.”
이후 청주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 뉴스 앵커로 활동하다가 97년 12월 서울 MBC 기상캐스터로 스카우트돼 다시 샛길로 빠졌다.
“지금은 이 일이 천직인가 싶어요. 날씨를 매개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게 즐거워요. 황사가 불어 닥치면 공기청정기 회사 주가가 오르죠. 올해 여름은 무더위가 빨리 오고 장마가 일찍 시작될 전망이니 맥주 회사의 주가가 오를 거예요. 세차장은 맑은 날보다 구름이 조금 낀 날씨에 더 잘 돼요.”
2002년 MBC에서 프리랜서로 독립한 뒤 여러 개의 CF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기회가 오면 아예 탤런트의 길로 ‘샐’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혜은은 손사래를 쳤다.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잖아요. 시어머님이 ‘우리 며느리가 드라마에서는 실물보다 못나온다’며 속상해 하세요.”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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