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학교에서는 ‘호국 보훈의 달’이라고 부른다. 그 의미를 절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푸른 자연을 기리고 싶은 마음이 밀린 것 같아 아쉽다. 6월을 그저 ‘푸르른 달’이라 하고, 자연과 마주하는 시간을 주면 안 되는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손에 잡은 것이 이 책 ‘나의 산에서’이다.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어린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작해 2년여에 걸쳐 번역을 마쳤다는 뒷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번역의 동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친구에게 소개하고 싶은 것이었다는 데 우선 마음이 끌렸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책을 찾고 싶은데, 아이들 스스로 재미있어서 친구에게 추천하는 책이라니, 눈이 번쩍 뜨였다.
소설의 주인공인 샘 그리블리는 혼자 힘으로 산에서 생활해 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어느 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저녁이면 돌아오겠지’, ‘늦어도 내일이면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증조할아버지가 살았던 캐츠킬산으로 떠난다. 주머니칼, 노끈 뭉치, 도끼, 부싯돌과 쇳조각, 그리고 약간의 돈만을 가지고…. 오래된 솔송나무 속을 파내 집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송어 낚시를 하고, 바다매 프라이트풀을 길들여 토끼 사냥을 하며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러다 결국 산속에서 가끔 만난 한두 사람 때문에 신문에 ‘야생소년’으로 알려지고 그의 산 생활이 끝나려는가 할 때 가족들이 모두 산으로 찾아온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른과 어린이라는 조건을 생각했다. 어른들은 현대인의 조건을 감내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꿈과 모험의 세계를 숨겨둔다. 출근길 지하철에 시달리면서 전원주택을 꿈꾸고 웰빙에 입을 모은다. 그런데 아이들은 꿈을 꾸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실현하고 살아내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 말랑말랑한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서 혼자 사는 꿈.’ 어른들이 볼 때는 허황되고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이라도 어린이들에게는 가능하다.
또 하나 부러웠던 것은 증조할아버지의 땅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샘이 찾았던 도서관과 사서의 모습이었다. 숲에서 살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펼치는 아이를 믿어주고, 이런 말로 도움을 주는 사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샘, 우리 도서관에 풀 나무 동물에 관한 좋은 책이 많이 있어. 잘 안 되면 다시 와 봐.”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이 생겨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도서관과 책이 먼저 떠오르는 사회. 이런 것이 요즘 우리가 외치고 있는 ‘지식정보사회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우리 아이들이 읽는다면 어떤 것을 얻을까. 우선은 샘을 따라서 숲 속에서 1년간을 잘 지낼 것 같고, 어른이 되어서도 문득 캐츠킬산에 사는 샘이 부르는 소리를 환청처럼 듣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서미선 서울 구룡중 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 모임 회원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