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재미있는 책 돌려보고 유익한 공연 함께보고

  • 입력 2004년 6월 6일 17시 33분


자녀와 함께 책을 읽는 엄마들. 왼쪽부터 송시내, 윤옥형, 윤성아, 이경하씨(엄마들만). 권주훈기자 kjh@donga.com
자녀와 함께 책을 읽는 엄마들. 왼쪽부터 송시내, 윤옥형, 윤성아, 이경하씨(엄마들만). 권주훈기자 kjh@donga.com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주부 이경하씨(32)는 매주 월요일 오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들과 ‘독서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해 봄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해 서로 낯설고 인근에 어린이도서관도 없었기에 집에 있는 아이들 책을 매주 돌려가며 읽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사 오기 전 첫째 승근이(7)를 임신했을 때 이웃과의 육아모임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첫날 ‘대통령의 아들들’이란 제목의 책과 노트를 옆구리에 끼고 모임에 참가한 송시내씨(33)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주부 독서모임인 줄 알았는데 아이들 책을 돌려 읽자는 거였어요. 아이들이 집에서 읽은 책 중 재미있는 것을 다섯 권씩 골라 내놓고 다른 집에서 내놓은 다섯 권을 다음 월요일까지 읽고 가져와 다시 바꾸는 식이죠.”

7세, 3세 자매를 둔 윤성아씨(35)와 7세, 5세 형제를 둔 윤옥형씨(31)가 가세했다. 네 집에서 나오는 책이 매월 20권. 자기 집에서 나온 책 다섯 권을 제외하고도 매월 15권의 새 책을 접하게 되는 셈이다.

“어른이 좋아하는 책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각자 집에서 ‘검증한’ 책이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이 외면하는 경우는 없어요.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나면 책 이야기를 할 정도로 독서습관이 몸에 뱄지요.”(윤성아씨)

윤옥형씨는 “생각 외로 아이들 책이 재미있다”며 “저녁에 ‘오른발 왼발’ 책을 읽어주다 너무 가슴이 뭉클해 머뭇거렸더니 ‘엄마 왜 그래’하고 아이들이 놀렸다”고 전했다.

독서모임에서는 책만 바꾸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의 반응을 곁들여 얘기하고 육아정보도 나눈다. 오후에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들과 도서관 미술관 공연장을 찾기도 한다.

가족끼리 가는 것보다 훨씬 풍요로운 나들이가 된다.

또래들 속에서 자기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스타일을 따르지 않는 승근이에게 힘들어하는 이씨에게 다른 엄마들은 “똑똑하고 뭐든 잘하는 사회성 영재”라고 조언했다.

송씨는 “몇 달이 지나 성인용 책도 한권씩 돌리자고 했다”며 “육아와 가사에만 매달려 하루하루 지내던 내게 결혼 전의 감성, 학교 때의 관심사에 다시 눈이 가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고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고 말했다.

음식솜씨가 좋은 윤성아씨에게서 다른 엄마들은 요리를 배우기도 하고 금요일 아파트 안에 서는 일일장에서 함께 쇼핑도 한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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