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올해 8회를 맞은 ‘동아·LG 국제만화공모전 수상작’(총상금 8700만원) 전시를 비롯해 ‘유럽만화전’, ‘한국만화특별전’이 함께 열린다. ‘유럽만화전’은 벨기에 만화가 초청전으로 ‘땡땡’ ‘스머프’ 특별코너와 현재 활동 중인 젊은 작가들의 원작 50여점도 함께 선보인다.
한국만화특별전은 ‘온라인 만화’를 주제로 강풀 등 한국 작가 5명의 작품들을 오프라인에서 전시한다. 온라인 만화를 게임으로 만든 미디어 체험 코너도 마련된다.
‘동아·LG 국제만화공모전’에서는 이장희의 ‘귀면와’(극화), 시아 다추안의 ‘Intercourse Between Orient and Occident’(동서양의 교제·카툰), 이승복의 ‘수리공 이야기’(캐릭터), 이성강의 ‘오늘이’(애니메이션)가 주요 4개 부문에서 각각 대상을 받았다.
공모전에는 한국을 포함한 23개국에서 1384점의 작품들이 출품됐다. 이중 극화는 170점으로 지난해 130점에 비해 크게 늘었고 애니메이션은 지난해(197점)와 비슷한 200점이 출품됐다. 카툰은 911점, 캐릭터 103점으로 지난해보다 줄었다.
페스티벌 개막 행사는 7월30일 오후 5시에 열리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 월요일은 휴관. 02-2020-0540
![]() |
●극화 대상 ‘귀면와’ 이장희
“사람이 있는 곳에 늘 죄가 있다. 그리고 죄라는 쓰레기를 주워 담는 ‘쓰레기통’도 항상 있다.”
1981년 경북 경주시의 한 마을에는 단오절을 맞아 귀신을 내쫓고 풍년을 기원하는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깡마른 외톨이 소년 상률이와 그의 병든 홀어머니는 이 행사에 끼이지 못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주민들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상률이와 서서히 친해지면서 그 비밀을 알게 된다.
요즘 상업 만화에서 보기 힘든 치밀한 펜선과 스크린톤을 일일이 깎아 만든 화면의 명암은 감탄을 자아낸다. 미화를 배제한 그림체는 매우 사실적이다. 마을의 추한 비밀이 어린 소년의 눈 앞에 드러나는 순간, 도깨비 얼굴이 새겨진 ‘귀면와’로 한 페이지를 가득 메우는 과감한 상징 연출도 눈에 띈다.
이장희씨는 “누군가 욕망을 쏟아내는 ‘쓰레기통’ 역할을 해야 하는 이들이 있으며 그 욕망으로 인해 누군가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 |
●카툰 대상 ‘동서양의 교제’ 시아 다추안
서양 고전미의 상징인 ‘밀로의 비너스’가 팔을 되찾았다. 인도의 신 시바가 여러 개의 팔중 두개를 떼어준 것. 비너스의 육감적인 몸매와 흰 피부가 시바의 가느다란 구릿빛 팔과 어울리지는 않으나, 비너스는 이것으로 완전한 몸을 갖췄다.
시바는 두 개의 팔을 포기했다. 인도 신들이 팔을 많이 가진 이유는 그만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팔을 되찾은 비너스는 우아하게 서 있을 게 아니라 시바와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작가는 동양과 서양의 신들을 통해 동서양의 화합을 표현했다. 단순히 잃어버린 육체를 되찾는 화합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차원의 화해를 바라는 마음에 종교라는 소재를 끌어들인 듯하다. 현대 비너스를 신앙의 대상으로 믿는 이들은 없지만 종교 분쟁이 큰 재앙을 가져오고 있다는 점에서 두 신의 화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왜 하필 파괴의 신 시바일까. 인도 철학에서는 파괴와 창조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전쟁과 갈등, 파괴가 일어난 자리에 새로운 창조가 일어나는 게 순리다.
![]() |
●캐릭터 대상 ‘수리공 이야기’ 이승복
‘수리공 이야기’의 캐릭터는 모두 귀엽고 동글동글하게 디자인된 로봇들이다. 이들의 성격은 특정 인간에게서 추출한 ‘개성 데이터’에 따라 달라진다. 성실한 모범생, ‘폼생폼사’하는 허풍쟁이, 아프리카를 그리워하는 흑인, 만화 주인공 차림으로 늘 코스튬 플레이를 하는 만화 마니아 등 로봇들의 개성이 서로 다르다.
이 작품은 귀여운 그림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 간의 관계와 세계관을 치밀하게 설정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한 설정 자료로 충분하다.
시기는 먼 미래.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철공 마을’에 있는 ‘로보콤 팩토리’에서는 인간에 가까운 로봇을 만들기 위해 ‘개성 데이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개성 데이터’들이 우연히 수리공 로봇에 주입돼 다양한 성격의 로봇들이 탄생했다.
3D와 2D 애니메이션에 모두 응용될 수 있도록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메인 로봇의 캐릭터는 인간형이나 부수 캐릭터로 곤충형도 있다.
![]() |
●애니메이션 대상 ‘오늘이’ 이성강
‘계절의 향기와 바람이 시작되는 곳’인 원천강. 어느 날 밤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이곳에 살던 소녀를 납치해 배에 태운다. 그러나 그 배는 폭풍우 속에 난파되고 소녀는 홀로 외딴 섬에 떨어진다.
소녀는 원천강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다가 40만권의 책을 읽었다는 소녀를 만난다. “난 행복이 뭔지 알기 위해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어.” “…난 원천강에 있을 때 행복했는데.”
소녀는 여행을 계속하던 중 여의주를 아무리 모아도 승천하지 못하던 이무기가 소원을 이루도록 도와준다. 푸짐한 얼굴에 단춧구멍만 한 눈을 가진 귀여운 캐릭터들은 철학적 대사를 주고 받을 때도 미소를 짓게 한다.
하늘을 메우는 잔구름이나 거센 파도가 치는 바다의 표현은 모두 동양화의 양식을 따랐으며 작화에서도 붓선을 살렸다. 원경(遠景)에서 근경(近景)으로 전환될 때 동양화를 겹쳐놓은 듯한 배경이 독특한 환상미를 전해준다.
‘마리 이야기’(2002년)의 이성강 감독은 “제주도 전래신화와 불교철학을 바탕으로 ‘인생’을 말하고 싶었다”며 “전작에 비해 캐릭터가 재미있어 보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부문별 심사평
▽극화(윤승운·만화가)=극화 부문은 예년보다 응모자가 훨씬 늘어나 170편이나 돼 경쟁이 치열했다. 심사 위원들은 응모작품의 수준이 높다는 데 견해가 일치했다. 1차 심사에서 28편을, 2차 심사에서 11편을 골라 점수 순서대로 7편의 입상작을 결정했다.
대상작 ‘귀면와’(이장희)는 단연 최고 점수를 얻었다. 이 작품은 소재와 연출, 그림까지 모두 뛰어나 심사위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우수상을 받은 ‘혼탁한 도시’(남철)는 연필로 그린 작품으로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으며 등장 인물들의 표정도 사실적이어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카툰 (김광환·목원대 교수)=좋은 카툰작가는 익숙한 것에서 더 색다른 이질감을 느끼는 감성의 소유자다. 이번 공모전에서 1인당 4점 이상씩 출품하게 한 것은 작가의 일관된 의식과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대상에 선정된 중국 작가 시아 다추안의 ‘Intercourse Between Orient and Occident(동서양의 교제)’는 동서양 신(神)들의 화해를 통해 동서 화합을 형상화했다. 우수상을 받은 이스라엘 작가 오차코프스키 유리의 작품(무제)은 국가 원수들과 상이 용사를 극적으로 대비시켜 반전(反戰) 의식을 표현했고, 홍종현의 ‘사냥’은 사냥꾼과 새의 관계를 익살스럽게 그렸다.
∇캐릭터(김일호·오콘 사장)=심사위원들은 전문가 수준에 근접한 작품들의 수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접근 방식과 캐릭터 해석 능력을 비롯해 표현 기법과 완성도의 기준에 따라 작품들을 심사했으나 장시간의 설전과 협의를 통해서야 우열을 가릴 수 있었다.
대상작 ‘수리공 이야기’(이승복)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 발전시켰을 때 형태와 내용을 더 차별화해야 다양한 로봇 캐릭터 중에서 돋보일 수 있다는 조언도 함께 들었다. 우수상을 받은 ‘TV 러브’(이정대)는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마지막까지 대상과 경합을 벌였다.
▽애니메이션(이용배·계원조형예술대 교수)=갈수록 해외 응모작이 많아서 국제공모전으로서 위상을 다져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상을 받은 ‘오늘이’(이성강)는 새로움과 오래됨의 조화된 표현방식이 돋보였다. 신인감독상을 받은 ‘Woman in the Attic’(김창수)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화면을 구성하는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청소년감독상의 ‘카프카의 변신’(정인호 최원일 박현진)은 디테일 처리가 다소 부족하지만 캐릭터의 표정이 살아있고 주제의식도 일관되게 유지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TV커미션드필름부문에서는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국제적 관점에서 스토리를 풀어내는 데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상작-수상자 명단
▽극화
△대상=귀면와(이장희) △우수상=혼탁한 도시(남철) △장려상=아스투리아스(강정민),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김지웅) △특별상=위스퍼(방한나), 요구르트 도시의 사랑(변기현), 아주 오래된 연인들(김한조) △본선진출=1945년생(이일선), 날개돋이(이소연), 닌자 고행록(정호성), 하루동안 고양이와 나눌 수 있는 짧은 이야기(홍성혁), 희망(손진효), 언덕저편(전상건), Restore(송동근)
▽카툰
△대상=Intercourse Between Orient and Occident(Xia Dachuan) △우수상=무제(Ochakovsky Yuri), 사냥(홍종현) △장려상=휴식(조완형), 영웅(이상원) △본선진출=무제(Vladimir Khakhanov), 가상현실 I(박성호), 우린 통한다!(정진우), 정육점(윤보경), 탄생의 비밀(김동범), 무제(공보혁), 도둑(우영석), 사막의 주유소(전희동), 코드(백희정), 새참가는 길(우시백), 갈증(박성필), 자연의 법칙(김강섭), 무제(전재혁), 무제(권혜영), 무제(Marzeyah Rezaie), 여인의 마음(김흥수), 무제(Stefan Despodov), 무제(Andrei Puchkaniou), 무제(Ramin Rezaie), 무제(박은경), 무지개(송회경), 흔적(육일지), 또 전쟁… (이민우), 긁을테면 긁어봐!(이상철), 치장(고철환)
▽캐릭터
△대상=수리공 이야기(이승복) △우수상=버그 파이터 클럽(이철승) △장려상=TV Love(이정대), 파티뉴(나승훈) △본선진출=빙기(황성욱), 파이어 캣 119(안영준), 초코 펫(전영옥 변지선 정준영), 누룽지(이성용), 앤과 친구들(정경미), 비포(장재옥), 양파(김동우), 엽기엽기 파라다이스(이우형), Figure 스토리(진세광 김보미 위찬 김석순), Karatas(Atllgan Askuzun), 다중사회(허승혁)
▽애니메이션
△대상=오늘이(이성강) △우수상=Daikon Ashi(Ru Kuwahata) △장려상=나비꿈(김주임), Kontakt(The Contact·Martin Duda) △신인감독상=Woman in the Attic(김찬수) △청소년감독상=카프카의 변신(정인호 최원일 박현진) △심사위원특별상=Play Ground(Liedo Queral Gomis), In the Forest(장욱상 김재홍) △미술상=볼록이 이야기(김진만) △음악·음향상=Rock the World(신석원) △교육·어린이상=I Love Sky(임아론) △인터넷애니메이션상=양성평등(조주상) △본선진출=빗속의 아이들(박두수), 네티비(박상욱), 아이스크림(김성영), 여자목욕탕(김의정), Over Day(김복경), Line(최영아), Rex Steele: Nazi Smasher(Alexander Woo), Robot Jazz(Dmitri Mangiagalli), 개꿈(안지인 이한빛 차유경 정민철), 무지개를 팝니다(김인희 김지수 박애경 박지예 이한빛), Origin(Lluis Viciana), La Otra Historia De Noe(Carlos Casadesus)
●운영 심사위원 명단
▽운영위원=신문수(한국만화가협회 회장) 주완수(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이희재(우리만화연대 회장) 이홍우(한국시사만화가협회 회장) 조관제(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 채윤경(계원조형예술대 교수) 양지혜(캐릭터플랜 대표이사) 이용배(계원조형예술대 교수) 김세훈(세종대 교수)
▽심사위원 △극화=이현세(세종대 교수) 윤승운(만화가) 김형배(만화가) 오세영 (만화가) 이진주(인덕대 교수) △카툰=윤영옥(순천대 교수) 오원석(카툰작가) 김광환(목원대 교수) 블라디미르 카자네프스키(카툰작가·우크라이나) 쉬진(카툰작가·중국) △캐릭터=김일호(오콘 사장) 조용진(그린나라 사장) 채윤경(계원조형예술대 교수) 김주성(명지대 교수) 배용순(부천대 교수) △애니메이션 예선=김병헌(영화진흥위원) 최유미(이화여대 교수) 이완규 (키즈엔터테인먼트 대표) △애니메이션 본선=박영민(인디펜던스 대표) 김세훈(세종대 교수) 이용배(계원조형예술대 교수) 필 물로이(애니메이션 감독·영국) 코세이 오노(애니메이션 감독·일본)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