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김용선교수 “고려귀족 평균수명은 39.7세”

  • 입력 2004년 6월 6일 18시 04분


고려 귀족들의 평균수명은 39.7세였으며 결혼연령은 남성 20세, 여성 16세였다.

한림대 사학과 김용선 교수는 고려시대 묘지명 320여개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최근 출간한 ‘고려 금석문 연구:돌에 새겨진 사회사’(일조각)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고려시대의 인구학적 기록은 조선시대에 비해 드물다. 김 교수는 고려사 연구를 위해 25년간 박물관, 미술관, 개인 소장자들을 찾아다니며 고려시대 묘지명 탁본을 수집했다. 이들 묘지명은 대부분 귀족이나 승려 등 고려시대 상류계층의 기록이기는 하지만 가계와 이력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는 점에서 고려시대의 일상사를 엿볼 수 있는 사료가 된다. 김 교수는 이들 묘지명을 바탕으로 각종 문헌자료의 기록을 보완해 고려 귀족사회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통계를 뽑았다.

먼저 김 교수는 금석문 기록에 결혼연령이 나타난 남성 15명, 여성 27명의 사례를 분석해 평균 초혼 나이가 남자 20.7세, 여자 16.3세로 부부 나이차가 4.4세였음을 밝혔다. 부부의 나이를 함께 보여주는 금석문 사례 31건과 ‘고려 말 화령부 및 개경 호적문서’에 나온 45쌍 부부를 합쳐 산출한 평균 나이차도 4.1세였다. 또 자녀가 있었던 것이 확인된 남성 233명과 여성 49명을 분석했을 때 영아 사망을 제외하고 평균 5.1명의 자녀(아들 2.8명, 딸 2.3명)를 두었다는 수치가 나왔다.

금석문뿐만 아니라 각종 문헌자료를 합쳐 사망연령이 나와 있는 529명을 분석한 결과 남성이나 여성 모두 평균 64.5세였다. 이 중 34명의 국왕은 42.3세에 불과한 반면 승려는 70.2세로 높았다. 그러나 이는 사망연령의 평균값일 뿐 평균수명(출생시 기대수명)은 아니다. 평균수명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영아사망률과 출산자녀수에 관한 자료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비슷한 시기 유럽과 중국의 영아사망률을 바탕으로 이를 추정해 39.7세라는 평균수명을 도출했다.

김 교수는 “귀족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15∼18세기 프랑스인의 평균수명 25세, 17∼18세기 일본인의 평균수명 30세 내외와 비교했을 때 고려인의 평균수명이 상당히 높았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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