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춤으로… 인형으로… 더 생생한 ‘전쟁 고발’

  • 입력 2004년 6월 7일 17시 54분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들을 달래주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정선혜의 무용연극 ‘굿모닝 바그다드’.  사진제공 정선혜무용단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들을 달래주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정선혜의 무용연극 ‘굿모닝 바그다드’. 사진제공 정선혜무용단
‘전쟁’이 무용과 인형극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지금까지 연극 ‘자전거’ ‘해일’ ‘호텔 피닉스에서 잠들고 싶다’, 뮤지컬 ‘블루 사이공’ 등 6·25전쟁과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공연은 꽤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현실문제 참여와는 비교적 거리가 있었던 무용과 인형극에서도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잇달아 선보여 주목된다.

▽무용극 ‘굿모닝 바그다드!’=8, 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포스트극장에 오르는 무용가 정선혜씨(39)의 신작 창작무용극 ‘굿모닝 바그다드!’는 이라크 전에서 희생된 원혼들을 위로하며 세계를 향해 화해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군인들을 대신해 무녀(巫女) 5명으로 현지조사단을 구성해 파견한다는 설정. 바그다드에 도착한 무녀들은 갓 낳은 어린 아이를 안고 남편을 찾아 헤매는 ‘자멜’이란 여인을 만나 함께 전쟁을 체험한다.

이번 극에서는 무용가가 대사를 하고, 연극배우는 춤을 추는 ‘댄스 드라마’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정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의 이수자답게 죽은 자멜의 남편과 아이의 영혼을 불러내 산 자와 만나게 하고 위로한 뒤 하늘로 올려 보낸다.

정씨는 “무용의 전통적 역할 중의 하나는 희생된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주는 진혼(鎭魂)”이라며 “우리가 지금 이라크로 보내야 할 것은 애도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주한 쿠웨이트 대사를 비롯해 수단과 이란 등 중동지역 국가의 외교관들도 이번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다. 02-337-5961

전쟁의 비참함을 인형극으로 표현한 ‘전쟁’. 사진제공 예술무대 산

▽인형극 ‘전쟁’=8∼13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는 예술무대 ‘산’의 인형극 ‘전쟁’이 공연된다. 무대 위에서 2, 3명의 사람이 각각 실물 사람 크기 인형의 팔과 다리, 얼굴을 직접 조정하며 연기를 펼친다.

작품에 기승전결의 줄거리는 따로 없다. 남자, 여자,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세 가지 전쟁 이야기를 보여줄 뿐이다. 참혹한 전장에서 평범한 청년에서 전쟁기계로 미쳐가는 남자, 부모를 잃고 혼자 노는 아이…. 인형극으로 표현된 전쟁의 이미지는 더욱 섬뜩하다.

연출가 조현산씨는 “전쟁을 스포츠 중계 보듯 피상적으로 접하는 현대인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02-742-0722

▽왜 무용극, 인형극인가=무용과 인형극이 일반 연극이나 스펙터클한 뮤지컬보다 전쟁을 고발하는데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정씨는 “무용은 연극처럼 사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며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화해시키는 등 비참한 현실을 한 단계 승화시켜 숭고하게 표현하는 데 적합한 예술이다”고 말했다.

조현산씨는 “인형극은 모두 신기하게 보기 때문에 몰입이 쉬운 장르”라며 “전쟁 속에서 죽고 죽이는 군인들은 피해자들로서 ‘꼭두각시 인형’과 비슷하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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