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사라진 기억의 공포… 퍼즐 풀듯 두뇌게임 ‘령’

  • 입력 2004년 6월 8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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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증을 소재로 한 김하늘 주연의 공포영화 ‘령’. 사진제공 IM픽처스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한 김하늘 주연의 공포영화 ‘령’. 사진제공 IM픽처스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대생 지원(김하늘). 그는 과거를 기억할 수 없지만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애쓴다. 어느 날 여고 때 친구라는 유정(전희주)이 그를 찾아오면서 혼란이 시작된다. 친구의 방문 뒤 지원의 악몽은 심해지고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 ‘령’(靈)은 기억 상실증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 이 작품은 피가 여기저기서 튀기 마련인 기존 공포영화와 달리 물을 공포의 코드로 삼는다. 여고생들이 영혼을 부르는 의식과 지원의 친구인 은서(전혜빈)와 유정의 잇따른 죽음 등 흩어져 있던 사건들은 물을 통해 연결되면서 일관된 이미지를 형성한다.

영화에서는 관객과의 두뇌게임이 가능한 공포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지워졌던 지원의 기억이 차츰 복구되면서 어린시절의 지원과 ‘왕따’였던 수인(남상미)의 관계, 여고시절 친구들 사이의 갈등 등 퍼즐게임의 가로 열쇠와 세로 열쇠가 하나씩 드러난다.

문제는 이 작품이 ‘애지중지’ 숨겨온 반전(反轉)이다. 영화와 객석의 거리가 너무 좁혀지면 맥이 빠지고, 너무 멀면 황당하게 느껴지는 게 이른바 공포영화에서 ‘반전의 법칙’. 결과적으로 ‘령’의 반전은 객석과 너무 동 떨어지는 바람에 작위로 느껴진다.

‘동감’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김하늘은 공포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코미디영화에서 너무 자주 본, 낯익은 표정이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주노명 베이커리’의 조감독 출신인 김태경 감독의 연출 데뷔작.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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