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아주 특별한 체험여행]천혜의 원시림, 설악산 트레킹

  • 입력 2004년 6월 10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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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동선대에서 바라본 기묘한 형사의 바위들 ②주전골의 선녀탕 ③등산대 올라가는 계곡길 ④여인의 은밀한 곳과 닮은 여심폭포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①동선대에서 바라본 기묘한 형사의 바위들 ②주전골의 선녀탕 ③등산대 올라가는 계곡길 ④여인의 은밀한 곳과 닮은 여심폭포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벌써부터 시원한 곳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탁 트인 바다도 좋지만 적당히 땀을 흘린 후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면 더위가 한순간에 씻겨 나가는 계곡의 맛도 그만이다. 한계령을 넘어 양양으로 내려가다 보면 내설악 산자락에 폭 파묻힌 오색온천단지가 보인다. 그 뒤편의 주전골은 환상적인 계곡트레킹 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주전골 위쪽으로는 금강산 못지않은 비경을 품고 있는 등선대길이 이어지는데 그동안 자연보호를 위해 통제돼 오다 다음달 처음으로 개방된다.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곳에서의 계곡트레킹은 확실히 색다른 느낌을 준다.

○ 신선이 오르는 곳, 등선대

신선이 올라가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등선대는 주전골 쪽보다는 한계령 자락에서 오르는 것이 좋다. 한계령 정상에서 양양 방향으로 5km 정도 내려가면 오른편에 등선대로 오르는 입구가 있다. 이곳에서 등선대를 거쳐 주전골로 내려가 오색약수터까지 이르는 길은 약 6km. 쉬엄쉬엄 걸어 4시간 정도 걸린다. 꼭꼭 감추어져 있던 비경들이 곳곳에 나타나 한참을 걸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 길은 햇볕 따가운 여름에도 모자가 필요 없을 만큼 숲이 울창하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나무들과 땅에 바짝 붙어 피어난 이름 모를 야생화들. 그 사이로 햇빛이 비집고 들어와 점점이 앉아 있는 모습이 싱그럽다. 이달까지는 소담스럽게 핀 산목련도 볼 수 있다.

숲 속을 걷다 보면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집채만 한 바위에는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이끼 위로 앙증맞은 바위떡풀이 피어 있다. 태풍으로 인해 허리가 뚝 부러진 아름드리 전나무와 주목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 같다. 쓰러진 고목에는 손바닥만 한 표고버섯이 군데군데 피어 있다. 여기에 가느다란 나무 덩굴이 늘어져 있어 마치 원시 밀림 탐험길에 오른 느낌이다.

○ 다음달 처음 공개되는 비경들

중간 중간 길을 가로지르며 나타나는 계곡물은 모래알갱이만큼 작은 돌까지 선명하게 보일 만큼 아주 맑다. 계곡을 오르다 첫 번째로 만나는 비경은 여심(女深)폭포. 이름처럼 폭포의 모양새가 여자의 음부를 꼭 닮아 처음 보면 민망할 정도다. 그래서일까? 계곡 안쪽에 살포시 숨어 있어 무심코 지나가면 놓칠 수도 있다. 30m 높이의 절벽을 타고 물이 떨어지는 이 폭포수 앞에 서기만 해도 서늘한 냉기가 온몸에 전해온다.

여심폭포에서 1km쯤 올라가면 정상에 바위로 이루어진 등선대가 나온다. 그리 넓지 않아 한번에 오를 수 있는 인원은 10명 안팎. 모양이 의자처럼 생겨 의자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 앉으면 ‘정승자리를 줘도 내주지 않는다’고 할 만큼 기가 막힌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왼편으로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한계령이, 오른편으로는 동해바다와 함께 겹겹이 펼쳐진 산등성이들이 장관을 이룬다.

그 아래 조랑말처럼 생긴 바위에서 내려다보면 칼바위 거북바위 물개바위 등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금강산 만물상에 결코 뒤지지 않는 풍경이다. 등선대 밑 바위틈에는 희귀종으로 알려진 에델바이스도 제법 피어 있다.

열두 굽이를 이어가며 흘러내리는 12폭포는 물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다. 구간마다 매끈하게 흘러내리는 모습이 놀이동산 워터슬라이드 같다. 이번에 개방되는 코스는 여기까지.

○ 온천욕으로 피로를 말끔히

12폭포에서 내려와 왼쪽으로 100m 올라가면 용소폭포가 나오고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주전골이다. 주전골은 조선시대 때 도적들이 이곳 바위동굴에서 놋그릇으로 위조 사전(私錢)을 만들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계곡을 따라 오색약수터가 나온다. 내려오는 길에는 움푹 파인 바위 안에 초록빛을 띤 맑은 물이 한가득 들어 있는 선녀탕에 발을 담가도 좋고 쌉싸름한 오색약수를 들이켜도 좋다.

트레킹 후의 온천욕은 오색온천단지에서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 이 지역은 알칼리성 천연온천수로 유명하다. 오색그린야드 호텔에서는 뜨끈한 알칼리 온천수(섭씨 40도)뿐 아니라 자체 개발한 탄산천(25도)으로 시원한 냉천욕도 맛볼 수 있다.

탄산천은 몸을 담갔을 때 수포가 사이다처럼 톡톡 쏘며 피부를 자극하여 보드랍게 해준다고 해서 ‘포의 탕’ ‘미인의 탕’으로 통한다. 발목까지 찰랑거리는 냉천수에 자갈을 깔아둔 ‘자갈탕’은 오랜 시간 계곡 길을 걸어 피곤해진 발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오색그린야드호텔 033-672-8500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1박 2일 떠나 볼까▼

1.오후에 오색온천단지 도착→오색 약수터 산책

2.낙산해수욕장 둘러보기→숙박

3.이른 아침에 등선대∼주전골 계곡 트레킹→탄산 냉천욕(어른 6000원, 어린이 3000원)→귀가

▼가볼 만한 계곡트레킹 코스▼

○용추계곡

경기 가평군에 있는 용추계곡은 아홉 굽이의 그림 같은 경치가 이어진다. 맑은 물이 흰바위들과 어우러져 마치 바위가 흐르는 것 같은 신비감을 준다. 계곡을 따라 6km쯤 위에 있는 용추폭포는 높이 5m 정도로 아담하지만 수량이 많아 시원함을 더해준다.

○남천계곡

충북 단양군 소백산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남천계곡은 계곡이 깊은 데다 인적이 드물어 천연림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인근에 단양팔경의 하나인 북벽과 온달산성, 고수동굴 등이 있어 단양 일대 관광도 겸할 수 있다.

○백운계곡

경기 포천시 이동면에 위치한 백운계곡은 광덕산과 백운산 정상에서 맑은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10km에 이르는 계곡을 따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절묘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신라시대에 창건했다는 흑룡사가 있고 흑룡사 뒤쪽에 있는 선유담 비경이 볼 만하다.

○비금계곡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의 수동국민관광지 안에 있는 비금계곡은 주변에 서리산, 주금산, 천마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울창한 숲 그늘이 드리워져 여름 피서지로 그만이다. 높이 540m의 시루봉 산행을 가볍게 즐길 수도 있다.

○녹수계곡

경기 가평군 상면 덕현리 내에 청우산과 맑은 조종천을 안고 있는 녹수계곡은 계곡 주위에 나무들이 울창하고 녹수동산 기슭 시골집들의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계곡의 완만한 길을 따라 녹수봉(370m)까지 쉬엄쉬엄 오르다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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