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金進·42·크리스챤아카데미 선임연구원) 목사는 14일 서울 중구 삼선빌딩에 ‘예수도원(道園)’이라는 명상원의 개원식을 갖는다. ‘예수도원’은 예수의 도가 피어나는 정원이란 뜻.
9일 오전 개원 준비로 바쁜 예수도원을 찾았다. 돗자리가 깔려 있는 10평 크기의 명상원에는 이슬람 명상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한쪽에 1인용 찻상과 방석이 쌓여 있다.
“예수도원은 도심 속에서 답답하고 지친 도시인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점심시간 또는 퇴근 후 한두 시간 차를 마시면서 침묵의 명상을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죠.”
김 목사는 명상을 다른 종교의 수행법으로 치부하는 개신교계에선 보기 드물게 명상 수련에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3년 전 명상모임인 씨ㅱ수도회를 만들었고 지난해 ‘그리스도교의 영성’ 등 영성 관련 책 3권을 동시에 출간했다. 또 매년 두 달가량 인도에 가서 마하리시와 간디의 수행을 체험하고 오기도 한다.
“명상이 유행하고 있지만 일상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명상 프로그램을 학원 수강하듯 배울 뿐 생활 속에서 녹여내지 못합니다.”
그가 도심에 명상원을 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따로 시간을 내서 명상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명상을 하고, 명상 속에서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불교의 위파사나, 힌두교의 지나명상 등 다른 종교 명상 수행법의 장점도 도입할 생각이지만 명상의 지향점은 ‘그리스도적 영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개신교 신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예배 보러 교회에 가는 걸 신앙생활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성서의 내용을 묵상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새겨 자신의 영혼을 살찌우는 ‘수행’에는 무관심하지요.”
새벽기도나 철야기도 역시 목사의 인도에 의해 수동적으로 이끌려가는 식이라는 것. 교회에서 설교만 듣는 신앙과 이로 인한 영혼의 빈곤함 사이의 괴리를 명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수도원 명상 수행의 개념을 한 마디로 ‘신(神)의 기운을 일깨우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저는 인간을 ‘똥 누는 신’이라고 봅니다. 예수는 인간이자 신이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를 사랑하는 것은 예수의 모습에서 하나님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명상을 통한 참다운 영성의 회복이 중요합니다.”
예수도원은 1회(2시간)에 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 그는 사람들의 ‘마음 높이’에 맞는 수련법을 제시해주고 그에 따라 일대일 식의 지도와 훈련을 할 생각이다.
“이곳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깊게 영성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들의 영성을 살찌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는 이달 안에 크리스챤아카데미의 공식 직책에서 손을 떼고 예수도원에 전념한다. 그는 이 일이 정체에 빠진 개신교계에 하나의 도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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