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화백 “판자촌 같은 삶의 모습 쉼없이 그리고파”

  • 입력 2004년 6월 10일 19시 04분


1·4후퇴 장면을 그린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는 김성환 화백.-허문명기자
1·4후퇴 장면을 그린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는 김성환 화백.-허문명기자
“판잣집이 뭐예요?” “나무판자 같은 걸로 지은 집이야. 옛날엔 다 저런 데서 살았어.”

아이는 질문하고 엄마는 과거의 일들을 열심히 설명한다.

‘고바우영감’으로 널리 알려진 시사만화가 김성환(金星煥·72) 화백의 개인전 ‘판자촌 시대’가 열리는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 폐막일(12일)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전시장에는 이처럼 웃음과 여유가 감돌았다.

1950, 60년대 판자촌 풍경과 1·4후퇴 당시 피란민 행렬을 그린 90여점의 작품을 둘러보던 남녀노소 관람객들은 미소 섞인 대화로 서로의 체험과 추억을 공유했다.

이번 전시는 개막일인 7일 500여명이 몰린 것을 시작으로 하루 평균 300여명이 찾고 있다. 관람객의 연령대도 유치원생부터 70, 80대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전시장에서 김 화백은 손님들의 인사와 질문에 일일이 응대하느라 바빴다. 중장년층 관람객들은 “감동적이다” “어떻게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렸느냐”며 그때 그 시절을 재현한 노(老) 화백에게 박수를 보냈다. 30, 40대는 ‘고바우’ 만화로 익숙한 작가의 일대기를 함께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전시기간에 안내를 맡은 설치작가 장인선씨(37)는 “매일 출근하다시피 전시장에 들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있다”며 “어떤 분들은 전시장 안내인들을 붙잡고 그림 속 1·4후퇴 때 이야기, 판자촌 시절을 회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 화백은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해학과 여유를 담아 그리려 했던 내 마음이 관람객들에게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며 “내 기억이 온전한 동안 우리 삶의 모습들을 풍속화로 계속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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