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너무나 인간적인 전쟁같은 삶… 서용선 개인전

  • 입력 2004년 6월 13일 17시 09분


서용선 작 ‘지리산에서’(2003년). 전쟁을 소재로 한 그의 그림에서는 죽창이나 총칼, 철조망보다는 어둠과 공포에 몸을 떨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더 부각된다. 그 얼굴에 ‘하루하루 삶에서의 전쟁’을 치르는 우리들 의 얼굴이 겹쳐진다. 사진제공 일민미술관
서용선 작 ‘지리산에서’(2003년). 전쟁을 소재로 한 그의 그림에서는 죽창이나 총칼, 철조망보다는 어둠과 공포에 몸을 떨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더 부각된다. 그 얼굴에 ‘하루하루 삶에서의 전쟁’을 치르는 우리들 의 얼굴이 겹쳐진다. 사진제공 일민미술관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 서용선 교수(53)가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02-2020-2055)과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02-732-3558)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갖는다. 7월 18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미래의 기억’전이 ‘전쟁’과 ‘신화’라는 거대 담론을 화두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역사화’를 선보이는 자리라면, 15∼26일 열리는 노화랑 전시는 일상 속 다양한 개인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전시다.

소재는 다르지만, 그림 속 인물들이 황폐한 삶의 한가운데서도 생에 대한 강렬한 집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제는 같다.

일민미술관에 걸린 작품들은 사방이 어둡게 칠해진 벽에 걸려 있어 강렬한 원색과 보색 대비가 특징인 그의 화면과 대조를 이룬다. 유화인데도 마치 목판화의 거친 칼자국처럼 거칠고 단호한 ‘서용선표’ 붓 터치가 생경함마저 자아낸다.

‘전쟁’을 소재로 작업해 온 작가는 이번에도 임진왜란, 임오군란, 동학농민운동, 6·25전쟁,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등 우리 역사 속의 전쟁부터 이라크전쟁까지를 아울렀다.

“그림이 역사를 새롭게 기록하는 작업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을 들으면 언뜻 민중미술이나 반전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가 서 있는 자리가 약간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작가가 줄곧 놓지 않고 있는 끈은 바로 ‘인간’이다. 그것도 소외, 불안, 강박, 폐쇄, 모순 덩어리인 인간의 내면이다. 비록 겉으로는 전쟁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지만, 제목을 지우고 보면, 도무지 저게 전쟁상황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때로 죽창이나 총칼, 철조망, 비행기가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어둠과 공포에 몸을 떨고 있는 얼굴들이 확대되어 있다. ‘전쟁이라는 역사 속 특정상황’의 표정들이 아니라 ‘하루하루 삶에서의 전쟁’을 치르는 우리들의 얼굴이 겹쳐진다.소녀, 이웃집 농부, 친구, 자기 자신의 얼굴을 그린 노화랑의 작품들에선 ‘생의 비애’라는 메시지가 좀더 직접적으로 와 닿는다.

화가 김혜련씨는 “그가 선택한 색채와 터치에서 느껴지는 강렬함과 비장함은 무거움, 가라앉음, 통탄, 절망이 아니라 그러한 것들의 극복을 향한 치열한 의지를 담고 있다”고 평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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