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준7단의 결정적 장면]흑4 묘수 못본 백 식은땀만…

  • 입력 2004년 6월 13일 17시 22분


후야오위 7단은 침착하고 끈질긴 기풍을 갖고 있다. 중국 기사들과 친한 목진석 8단은 그에 대해 ‘따돌렸다고 생각해 돌아보면 바로 뒤에서 웃음 지으며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평가한다. 상대방은 대개 그의 끈질김에 질려 주저앉는다는 뜻이다. 중국 기사들 중엔 이런 기풍이 많다.

하지만 이런 기사들을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이 이창호 9단이다. 상대방이 끈질기게 하아와도 절대 초조해하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간다. 이렇게 되면 반대로 상대가 지치기 시작한다.

후야오위 7단은 초반 그의 기풍대로 침착하게 반상을 이끌었다. 형세는 팽팽한 상태. 이 9단이 실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장면도 흑 ○로 침입하자 후야오위 7단은 백 1로 흑 ○를 잡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실전도 흑 4의 묘수를 간과한 실수였다. 실전처럼 우변 백 진이 뚫려서는 흑의 우세가 확실하다.

백은 참고도 백 1로 참아 두는 것이 정수. 7까지 우변을 지켰다면 아직 알 수 없는 형세였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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