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영화, 제 발로 설 때 됐다

  • 입력 2004년 6월 13일 18시 43분


정부가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제)를 축소 조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금껏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반대해 온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입장 변화에 대해 영화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한국영화가 스크린쿼터제라는 보호막 없이도 제 발로 설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스크린쿼터제는 연간 상영 일수의 40%를 한국영화로 채우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미 한국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어섰다. 영화만 좋다면 한국영화인지, 외국영화인지 따지지 않을 정도로 관객의 안목이 높아진 것이다. 국내외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우리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제 축소를 무조건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문화부에서는 스크린쿼터제 축소와 한미투자협상(BIT) 등 대미협상은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제 때문에 이 협상이 6년째 표류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경제가 어렵고 수출이 유일하게 경제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미국과의 투자협정이 늦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스크린쿼터제가 축소되면 문화적 주권을 잃는다는 식의 감상적 접근을 하는 일도 세계화 시대에 적절치 않다고 본다. 문화부도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도록 세제와 행정지원을 하고 영화산업 위축 조짐이 보이면 쿼터제를 회복하는 연동제 방식을 도입한다지 않았는가.

영화인보다 사정이 열악한 농민들도 시장 대부분을 개방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 한국영화도 ‘국익’이라는 큰 틀에서 스크린쿼터제 조정을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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