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두야 간다’는 여러 이유로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러운 두 인물의 인생 맞바꾸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물과 기름처럼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것으로 생각했던 두 사람이 상대방을 통해 자신 내부에 감춰져 있던 또 다른 ‘나’을 발견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극중에서 평소 소심한 남자였던 동화는 건달의 ‘끼’를, 부와 조직의 힘을 누리던 만철은 문학적 재능을 확인한다.
영화는 이 같은 기둥 줄거리를 바탕으로 동화의 시시콜콜한 가정사는 물론 갈등과 배신으로 이어지는 조폭의 세계, 잦은 플래시백(과거 회상)을 통한 만철의 추억과 뒤늦게 찾아온 사랑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끊임없이 웃기고, 울려야 한다는 ‘감정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20여년에 걸친 만철과 양수(임세호)의 대결은 웃음을 염두에 둔 과장이라고 해도 불편할 정도로 억지스럽다. ‘건달은 건달다워야 한다’ 등 이른바 ‘조폭 영화’의 낡은 코드와 낯익은 캐릭터들도 재활용되고 있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두 주인공의 외형적 캐릭터는 구축됐지만 지나치게 많은 에피소드에 휩쓸려 그들이 가진 감성의 ‘진화’ 과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의 정준호와 ‘맹부삼천지교’의 손창민, 작품은 물론 배우의 ‘자기 복제’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가족 시네마’ ‘봉자’를 조연출한 정연원 감독의 데뷔작.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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