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극… 댄스… “진짜 신부님 맞아요”

  • 입력 2004년 6월 17일 18시 40분


홍창진 신부는 젊은 신자들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요즘 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연극 등 문화를 통해 복음 전파의 돌파구를 여는 문화사목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이를 ‘종교 간 대화’에 빗대 ‘이종(異種) 문화 간 대화’라고 불렀다.-이훈구기자
홍창진 신부는 젊은 신자들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요즘 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연극 등 문화를 통해 복음 전파의 돌파구를 여는 문화사목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이를 ‘종교 간 대화’에 빗대 ‘이종(異種) 문화 간 대화’라고 불렀다.-이훈구기자
“신부님, 진짜 신부님 맞으세요?”

홍창진 신부(44)를 사석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주 묻는 말이다. 그의 e메일 주소인 ‘duima(두이마)’도 중국어로 ‘진짜?’라는 뜻.

경건하고 엄숙한 천주교 신부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개그맨 뺨치는 재담에 최신 가요와 유행어를 두루 섭렵하고 있는 홍 신부의 ‘끼’는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놀기만 하는 ‘날라리 신부’는 아니다. 그는 천주교의 팔방미인이자 마당발로 꼽힌다. 그의 직함은 한국종교인 평화회의(KCRP) 중앙위원,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위원회 총무, 경기 천주교신문 편집주간, 천주교 생명31운동 실행위원장, 과천 별양동 성당 주임신부 등 20여 가지에 이른다.

그는 올 4월 불교 개신교 천주교의 종교시설 10여 곳에서 연극 마임 재즈댄스 등을 공연한 ‘템플처치 종교예술제’를 기획해 행사를 치렀다. 그는 또 최근 영화 ‘신부수업’의 촬영에도 적극 관여했다. 성당 섭외는 물론 서품식 전례 진행에 대해 자세하게 자문해주고 엑스트라 모집에도 도움을 주었다. 문화 사목(司牧)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젊은 신자들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요즘 영화 같은 장르에서 천주교를 다뤄주는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질 수 있어요. 성당 내 연극 공연도 놀고 있는 종교시설을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던 겁니다. 이젠 신부의 강론 외에도 다양한 언어로 사회에 복음을 전달해야죠.”

그는 이를 ‘이종(異種) 문화와의 대화’라고도 불렀다.

“‘종교간 대화’ 만큼이나 종교가 영화 등 다른 문화장르와 대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질적인 두 문화가 벽을 쌓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서로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면 사회가 더욱 성숙해지지 않을까요.”

그와 말을 나누다보면 10분만 지나도 호감을 느낄 정도로 특유의 친화력이 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신부가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전혀 신부에 뜻이 없던 고 3 때 ‘너 같은 사람이 신부가 돼야 한다’는 길홍균 신부의 한 마디에 별 저항 없이 신학교를 가게 됐어요. 하느님의 섭리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죠.”

약속이 4, 5개씩 잡히는 날이 부지기수지만 대외활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성당 주임신부로서 매일 오전 6시 미사와 주일미사를 주관하는 것 역시 빼놓지 않는다.

올 4월엔 수원교구 최덕기 주교와 함께 아프리카 수단을 찾아가 그곳의 선교사들을 돕고 물품을 지원해주는 일을 하고 돌아왔다.

‘신부수업’의 주연인 권상우도 홍 신부에게 이끌려 천주교 세례를 받을 예정이다.

“권상우 영세식 때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모금운동을 함께 벌일까 합니다. 대중스타는 서로 나누는 기쁨을 맛볼 수 있고, 저희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것 아닙니까.”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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