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회(조계종 의회에 해당) 의원 13명의 모임인 ‘보림회’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독선이 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5년 반 동안 사찰 운영의 모범을 세운 지홍 스님을 총무원이 별다른 이유 없이 해임한 것은 권한남용”이라며 “지홍 스님이 멸빈자 구제, 구 총무원청사 재건축에 반대하는 등 총무원과 마찰을 빚은 것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인사”라고 비난했다.
지홍 스님이 속한 ‘금강회’도 8일 유사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종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이 같은 반발에는 최근 실시된 직영사찰 주지 인사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조계사 선본사(대구 팔공산) 보문사(인천 강화) 등 총무원 직영사찰 3곳의 주지가 모두 총무원장 측근이나 선거 때 도움을 준 스님들로 채워졌다는 것.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주지도 총무원장이 자기 출신 사찰인 수덕사의 스님을 임명하려 한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보림회 관계자는 “직영사찰 주지 임명은 총무원장 권한이긴 하지만 그동안 계파별 문중별 안배가 이뤄져왔는데 이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림회’ 등은 또 법장 스님이 말사 주지 임명권을 본사 주지에게 넘기겠다는 선거공약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 측은 “지홍 스님의 교체는 조계사를 한국 불교 1번지로 만들려는 종단의 장기계획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뤄진 조치”라며 “최근 총무원 부장 인사 때 보림회 측에 일부 자리를 제안했으나 그 쪽에서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한 종단 관계자는 “경위야 어떻든 98년 종단분규 이후 안정됐던 종단이 다시 분쟁에 빠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양측이 화해의 길을 찾지 못한다면 의외로 사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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