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회의 보고서가 나온 뒤 방송위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더욱 개탄스럽다. 거대 ‘방송 권력’에 대한 유일한 감시기관으로서 중립을 지켜야 할 방송위의 부위원장이 ‘보고서가 잘못됐다’며 공개적으로 방송사들의 주장에 동조했으며, 엊그제 열린 심의위원회에선 보고서를 채택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주장이 엇갈렸다고 한다.
심의위원회가 ‘탄핵 방송’ 분석을 외부에 의뢰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방송위는 회의까지 열고 이를 수용했다. 분석 결과를 심의의 근거로 삼겠다는 방침이 전제된 결정이었다. 이제 와서 보고서를 문제 삼는 것은 공적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약속 위반이다. 한 심의위원은 회의 후 ‘보고서를 제3의 기관에서 다시 검증하자’고 주장했다니 도대체 언제까지 책임 회피를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2000년 장기간의 진통 과정을 거쳐 새로운 방송법을 만들고 새 방송위를 출범시킨 것은 방송위를 독립적이고 공정한 감시기구로 만들려는 국민의 폭넓은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방송위가 방송사의 일탈과 편향에 단호한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배반하는 것이다. 국민은 이제 이런 방송위에 왜 혈세를 써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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