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다 앉은 사람(절·절)과 성곽(국·위)이 결합해 ‘사람이 거주하는 곳’을 그린 邑(고을 읍)이 더해진 것으로 보아 遷은 사람들이 새로 살 城(성)을 만드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遷의 원래 뜻은 築城(축성)이다. 城을 쌓는 것은 새로운 삶터를 만들기 위해서이고 성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그곳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옮기다’는 뜻도 생겼다. 소전체로 오면서 ‘옮기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착(쉬엄쉬엄 갈 착)이 더해졌고, 자형의 균형을 위해 오른쪽에 있던 邑이 준 채 (옮길 천)으로 통합되어 지금의 遷이 완성되었다.
따라서 t으로 구성된 한자는 ‘옮기다’는 뜻을 가진다. 예컨대 韆은 ‘가죽 끈(革·혁)으로 줄을 매어 허공을 가로지르며 이리저리 옮겨가도록(옮길 천) 만든 장치’인 그네를, (춤출 선)은 ‘발(足)을 이리저리 옮겨가며(옮길 천) 노는 동작’을 말한다.
또 僊은 ‘손과 발을 움직여 가며(옮길 천) 춤을 추는 사람(人)’을 말했으나, 자리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현실을 초월하여 어느 곳이나 마음대로 오가는 사람이라고 해서 ‘神仙(신선)’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그러자 神仙을 표현하기 위해 (옮길 천)과 발음이 유사한 山(뫼 산)을 사용한 仙이 따로 만들어졌다. ‘산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의 仙이 神仙을 뜻하게 된 것은 산에 땅의 精氣(정기)가 서려 있다는 동양적 사고 때문일 것이다.
都는 금문에서부터 의미부인 邑과 소리부인 者(놈 자)로 구성되었다. ‘설문해자’에서 ‘선조들의 신주를 모신 宗廟(종묘)가 설치된 邑’을 都라고 함으로써 邑 중에서도 크고 중요한 邑을 都라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로부터 都는 대도시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고, 으뜸가는 都를 首都(수도)라고 하였다.
‘살 곳(邑)을 함께 건설하는(여) 모습’을 그린 遷의 자원처럼, 遷都는 기존의 도시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 삶터를 위해 새 도시를 건설한다는 뜻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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