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선동적인 문구를 사용해 시선을 끌어보려는 수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월경(Menses)을 경험해 본 일이 없는 남자가 폐경(Menopause)을 맞을 일이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남성의 갱년기가 여성의 폐경기에 상응하는 중대한 변화를 보여주며, 때로는 여성의 변화보다 더욱 극적이고 힘든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마음의 준비가 없는 무방비상태에서 닥쳐오기 때문에, 남성에게서 인생의 ‘가을맞이’는 더욱 더 힘들어진다.
‘50대에나…?’ 느긋한 기대는 오산이다. 이르면 30대에 이미 성욕 감퇴와 신경과민, 우울증이 찾아온다. 피로감과 체중 증가, 기억력 감퇴, 수면 장애와 함께 부부관계의 어려움에 빠진다. 심지어 골다공증도 여성만의 걱정거리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감소다.
눈에 띄는 신체적 지표는 오히려 부차적일 수도 있다. 대개의 남성들은 성취를 향해 한창 달려가야 할 나이에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면서 진정 삶에서 중요한 것을 놓쳤다’고 느끼게 된다.
진실은 두 가지다. 실제로 목표에 권태를 느낄 정도의 시간이 흘렀거나 목표가 멀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호르몬 분비의 부조화가 마음속의 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 미국의 경우 45∼65세 남자의 자살률은 같은 나이 여자의 3배에 이른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젊음이 사라져버린 자리에 시선을 붙박아두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남성 폐경기는 이젠 천천히 속도를 줄이면서 내면으로 눈을 돌리라는 신호다. 자신이 처해 있는 전체적인 그림을 뚜렷이 보지 못할 때 심한 좌절이 온다.” 저자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삶의 목표, 신체의 이상 등을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점검해보도록 권고한다.
성적인 면에서 남성 폐경기에는 숨겨졌던 내면의 여성적 특성이 발견될 수 있다. 이를 ‘남자로서의 사망’으로 여긴다면 더욱 우울해질 뿐이다. 그 대신 새로운 관능과 감수성, 로맨틱함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오히려 파트너인 아내를 더 잘 이해하고 손발이 잘 맞는 관계를 이루어 낼 수 있다.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도 기존의 성취지향적 태도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이루지 못한 꿈들과 화해하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겁게 그것을 하라고 저자는 권한다. 동년배 남성을 경쟁자가 아닌 친구와 동지로 인식하고, 공동체의 정신적 버팀목으로 책임감을 가진다면 남자의 폐경기는 ‘슈퍼 성인기’를 위한 준비기간이 될 수 있다. 그 ‘슈퍼 성인기’의 남자들이 인류사의 여러 중요한 진보들을 이루어놓지 않았던가.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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