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1970년대의 풍경은 얼마나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모자이크화인가요? 긴급조치가 내려지고 대학 정문에 휴교령이 나붙고 간밤에 또 한 친구가 아무도 모르게 잡혀 갔다는데, 거리에서는 청년의 긴 머리칼이 싹둑 잘리고 경찰관은 아가씨들 미니스커트에 자를 갖다대며 힐끔힐끔 허벅지로 눈을 돌리고…. 입에 재갈이 물린 채였지만 사람들은 고고를 추었고,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는 홍수환의 일성에 “대한민국 만세”를 따라 외쳤으며, ‘임은 먼 곳에 영원히 먼 곳에’라고 김추자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오지 않는 뭔가를 기다렸습니다. 억압이 일상화된 시대, ‘풍기문란’과 ‘불온’으로 낙인찍힌 채로도 잡초처럼 자라났던 자유. 작고한 문화평론가 이성욱의 ‘쇼쇼쇼-김추자, 선데이서울 게다가 긴급조치’(B1)는 그 인간 열망의 기록입니다.
아름다운 시절이 과거에만 있는 것은 아닐 터입니다. ‘남자의 폐경기’(B2)에 가장 먼저 할 일이 과거에 붙박힌 시선부터 거둬들이는 것이듯,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믿으며 과거와 아름답게 작별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한 일입니다.
그녀가 마주친 눈길을 피하지 않고 살짝 윗눈썹을 들어올렸다면 당신은 이제 다가가도 좋습니다. 사회심리학자가 쓴 ‘몸은 나보다 먼저 말한다’(B5)는 내 몸이 내 마음을 어떻게 말하는지 스스로도 몰랐던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그 보이지 않는 몸짓언어를 전문용어로 텔(Tell)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아이러니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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