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w(어떻게)
보아는 4집에서 완전한 ‘여자’보다 ‘소녀와 여자 사이’의 이미지를 들고 나왔다. 성적 매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소녀와 여자 사이의 모호한 이미지를 통해 급격한 변화가 주는 반감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23)도 2002년 영화 ‘크로스로드’의 주제가 ‘나는 소녀도 여자도 아니에요’에서 소녀와 여자 사이의 경계 이미지를 내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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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는 이효리(25). 걸그룹 ‘핑클’ 멤버였던 그는 지난해 TV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선 뒤 솔로 곡 ‘10 Minutes’에서 관능적인 춤과 몸매로 섹시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룹 ‘베이비복스’는 1997년 데뷔 때부터 ‘깜찍한 소녀’보다 ‘섹시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 온 케이스. 이 전략은 ‘S.E.S’ ‘핑클’ 등 당시 인기 걸그룹들과 차별화를 위한 것이었지만, ‘베이비복스’는 멤버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큰 변신에 대한 고민 없이 롱런하고 있다.
○ Why(왜)
연예계에서 가수는 데뷔 2, 3년, 탤런트는 데뷔 4, 5년이 지나면 10대 마케팅에 효과적인 소녀 이미지가 바닥나는 것으로 본다. 여자로의 변신에 골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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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때 초콜릿 광고에서 말괄량이 소녀로 나왔던 채시라는 1991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종군위안부 역으로 180도 변신했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채시라가 최재성과 연기했던 키스신은 ‘여자’로의 변신을 알린 신호탄. 그는 이후 숙녀복과 다이어트 음료, 화장품, 가전제품 광고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몸값을 올렸다.
한 연예기획사 이사는 “가수는 섹시 코드로 가면 음반이 실패하더라도 행사 출연을 통해 수입은 더 늘어난다”며 “기획사들이 그동안 쏟은 투자비 때문에 가수에게 ‘여자’로의 변신을 강권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But(그러나…)
연예계는 한번 인기가 꺾이면 회복이 어렵다. 이 때문에 가수나 탤런트들은 ‘소녀’의 고정된 이미지로 가다가 말라죽느니 한번 바꿔보자며 여자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변신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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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지윤(22)은 97년 여고생 가수로 데뷔했으나 3년 뒤 노래 ‘성인식’에서 “나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라며 선정적인 춤과 의상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성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노래 ‘할 줄 알어?’로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변신은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댄스그룹 ‘룰라’의 인기 멤버였던 김지현은 97년 솔로 앨범 출시와 함께 세미 누드 사진을 선보였다가 실패한 경우. 한 매니저는 “성적 매력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자칫 여성 팬들의 거부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10대 연예인들은 10대 후반만 돼도 ‘여자’로의 변신을 두고 고민해야 하지만 국내 연예계는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를 대비한 전략과 고민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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