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작가들 사비나 미술관서 ‘리얼링 15년’ 展

  • 입력 2004년 6월 22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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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작'86학번 김대리'
박영균작'86학번 김대리'
민중미술도, 리얼리즘도 현재진행형임을 알려주는 전시가 개최된다.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리얼링 15년전’ (8월 6일까지)은 30대, 40대 초반의 이른바 386 작가들이 1990년대에 깊고 넓게 리얼리즘의 외연을 확장시켰음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90년대 리얼리즘은 ‘차가운 현실’을 다루되 분노나 섬뜩한 몰입 대신 따뜻함과 경쾌한 관조가 배어 있다는 점에서 80년대보다 진화했다.

박영균의 ‘86학번 김 대리’는 양복을 깔끔하게 입은 사내가 노래방에서 붉은 조명 아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열창하는 그림이다. 생활에 얽매여 있지만 ‘실존’과 ‘시대’를 고민했던 지난 시절의 추억을 노래방에서 기억해보는 386의 초상이다. 그러나 잘 나가던 ‘김 대리’는 지금 ‘실업자 김씨’가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디자이너 사진가 그룹 AGI의 포스터 ‘실업자 김씨’는 구조조정으로 ‘잘린’ 수많은 김 대리들을 떠올리게 한다.

삶과 생활이 유리되는 386의 비애는 양복 정장을 하고 물고기처럼 바늘에 입이 걸려 축 늘어져 있는 남자들을 줄줄이 세운 설총식의 조각 ‘무제’와 만원 지하철 사람들을 그대로 본뜬 구본주의 조각 ‘오늘도 아무 일 없었다’에서 극에 달한다.

‘꽃잎처럼 금남로에’로 시작하는 운동권 가요 ‘5월의 노래’ 가사를 솜을 찢어 광목천에 붙인 배영환의 작품,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 이한열군이 시위 도중 쓰러지는 장면을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거나 손수건을 두른 두 남자의 모습으로 패러디한 조습의 사진 ‘습이를 살려내라’에선 90년대 세대가 이제 80년대의 부채 의식과 시대적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로워졌음을 상징한다. 사비나미술관과 서울 민족미술인협회 공동 주최. ‘리얼링’은 ‘real’과 ‘ing’의 합성어. ‘리얼리즘은 진행 중’이라는 의미의 조어다. 02-736-4371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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