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女性을 위하여…” 예술의 전당 화장실 리모델링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02분


“이제 여성들도 ‘중간 휴식시간’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겠네요.”

서울 예술의 전당 음악당이 내년 초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예술의 전당측은 내년 1∼5월 시행되는 리모델링 기간 중 음악당 객석을 전면 교체하고 로비시설도 일부 개보수하는 한편 여성용 화장실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 같은 리모델링 소식을 들은 한 여성은 “앞으로는 연주회 중간 휴식시간에 화장실 앞에 길게 줄서지 않아도 되겠다”며 기뻐했다. 현재 26개인 음악당 내 여성용 화장실(칸막이 수 기준)은 리모델링 이후 60개로 늘어난다.

이 같은 조치는 공연장들의 ‘여심(女心) 잡기’ 계획 중의 하나. 2000년 초 개관한 LG아트센터는 개관 직전부터 ‘42개나 되는 여성용 화장실을 설치했다’는 것을 홍보 역점사항으로 정했다. 이후 개관한 한전아트홀, 올해 초 시설 개보수를 마친 세종문화회관도 ‘충분한 여성용 화장실 확보’를 공연장의 자랑거리로 내세웠다.

국내 대부분의 공공시설은 남녀 화장실 면적에 있어 ‘산술적 평등’을 적용해 왔다. 만일 남녀 화장실에 똑같은 면적을 할애한다면 여성용 변기 숫자는 남성용의 2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연장을 찾았던 여성 관객들은 공연 전후와 중간 휴식시간을 여유 있게 즐기기는커녕 ‘화장실 줄서기’에 허비해 왔던 게 사실.

여성들의 불편과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11월 “앞으로 산하 문화기관의 여성용 화장실 비율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배성기 예술의 전당 시설관리팀장은 “음악당 리모델링의 기본골격은 문화부 방침 발표 이전에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며 “앞으로 오페라극장 등 다른 시설도 여성용 화장실이 남성용보다 3배 이상 많도록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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