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책][문학예술]‘다시 읽는 우리 수필’

  • 입력 2004년 6월 25일 17시 29분


◇다시 읽는 우리 수필/김종완 편저/456쪽 9800원 을유문화사

수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피천득의 ‘수필’과 ‘인연’, 또는 이양하의 ‘신록 예찬’이 아닐까?

그러나 격월간지 ‘수필과 비평’의 주간이자 수필평론가인 편자는 이른바 ‘불변의 수필 교과서’로 꼽히는 작품들만 수필인 것이 아니며 ‘교과서적이지 않은’ 수필 속에서 오히려 오늘날 수필의 새로운 전범(典範)을 찾고자 한다. 따라서 제목의 ‘다시 읽는’은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 맞도록 ‘수필’의 개념을 새로이 세워 본다는 의미다.

그는 “아직까지도 1950년대에 씌어진 수필이 불변의 수필 교과서로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다양한 글쓰기의 모범이 될 만한 여섯명의 수필을 묶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교과서적인 수필’이 아닌 ‘교과서 밖’의 수필을 통해 청소년 등 젊은 독자들이 보다 풍요로운 글쓰기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수필은 ‘무소유’(법정 스님), ‘살아있는 날의 소망’(박완서), ‘남자와 남편은 다르다’(전혜린), ‘왕빠깝빠’(유병석), ‘아름다운 소리들’(손광성) 등 65편이다.

엮은이는 흔히 ‘산문’으로 불리던 글들을 수필의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21세기 수필문학의 외연을 넓히고자 했다. ‘수필가’ 박완서씨와 법정 스님은 이 책에 수록될 자신들의 ‘수필’을 직접 다시 다듬어 주었다.

엮은이는 또 여섯 작가와 이들의 작품에 대한 평에 해당하는 ‘작가론’을 각각 붙여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그는 법정 스님을 우리 문단 현실에서 ‘분명 수필가이지만 수필가가 아닌 사람’의 대표적 인물로 꼽고 ‘무소유’ ‘불일암의 편지’ 등 그의 수필이 종교적이고 사색적인 수필의 전범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수필로 가장 성공한 사람이 수필가가 아니라면 이게 어디 말이 되는가. 오늘같이 한국 수필 문단이 초라해진 데는 크게 성공한 수필 작가를 배제해 온 수필 문단의 폐쇄성에 큰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

삶의 체험을 끊임없이 소설로 써온 박완서씨에 대해서는 “그런 점 때문에 그녀가 소설만이 아니라 수필을 쓸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수필이란 가공되지 않은 현실의 자기 이야기를 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편자는 또 “많은 수필가들이 박완서 수필에서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다. 그들은 수필 속의 인물을 한결같이 훌륭하게만 그려놓는다. 생생한 사람도 수필 속에 들어가면 밀랍 인형이 되고 만다”며 깊은 울림을 갖지 못한 기존 수필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밖에 삶의 본질적 의미를 찾는 데 몸을 불사른 전혜린의 수필, 해학과 위트 넘치는 수필로 사회를 읽은 유병석, 피천득에 이어 두 번째로 수필의 아름다움이라는 봉우리에 깃발을 꽂은 손광성 등 기존의 틀에서 볼 때 결코 주류 수필문학이라고 할 수 없는 작가와 작품에 새로운 평가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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